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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집] '건물만'ㆍ'토지만'…반쪽에 숨은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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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이 관심 갖는 법정지상권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 나경매(가명) 씨는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위치한 방 2개짜리 연립주택을 9700만원에 낙찰 받았다. 2개동에 총 24가구로 구성된 해당 주택은 5호선 마천역이 가까이 있어 나 씨의 관심을 끌었다. 문제는 대지권이 없이 건물만 경매로 나왔다는 점이었다. 반쪽짜리에 불과한 집을 경매로 샀다며 주변에서 핀잔을 들었지만 나 씨는 개의치 않았다. 사전 조사 과정에서 그 집이 거여·마천뉴타운 구역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대지권이 없어도 조합원 자격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른 연립주택처럼 대지와 건물이 짝을 이뤄 나온 물건이라면 수억원에 거래가 되지만 건물만 경매로 나와 1억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낙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 경매 물건을 검토할 때 잘 살펴야 할 부분 중 하나가 법정지상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건물과 토지의 소유를 별개로 인정하기 때문에 서로 주인이 일치하지 않으면 사용에 제한이 따르고 재산상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법정지상권은 당사자 간 별도의 계약이 없이도 법에 따라 인정되는 지상권을 말한다.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이나 수목 등을 소유할 수 있는 민법상 권리다. 토지 소유자와 토지를 이용하는 사람 간의 계약을 통해 성립하는 지상권은 등기부등본에 표기되지만 법정지상권은 별도의 등기 없이 자동으로 성립된다. 법정지상권 성립 요건은 토지의 경우 연간 지료 수입이 감정가의 7~8%가량인 경우이고, 건물의 경우 지료를 내고 건물을 유지할 때다.


여러 호가 한 건물에 있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연립주택·상가 등의 경우 집합건물이라고 해서 토지(대지권)와 건물의 매매가 짝을 이뤄 함께 거래를 하게 된다. 그러나 토지나 건물 한쪽만 경매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토지에 저당이 잡힌 상태로 세워진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에 대해 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하면 집은 제외하고 땅만 경매가 진행될 수 있다.


경매 물건을 검색하다 보면 ‘법정시장권 성립 여지 있음’이나 ‘건물만 입찰’, ‘토지만 입찰’ 같은 문구가 있는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런 경매 물건들은 낙찰을 받아도 내 땅 위에 남의 건물이 들어서 있거나, 건물은 내 것이지만 남의 땅 위에 서 있는 꼴이 된다.

이런 경매에 참여하기 전에는 우선적으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 낙찰을 받은 뒤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이 나면 토지 주인이 건물의 철거를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토지를 경매로 낙찰 받은 때에도 내 땅에 남의 건물이 있어 토지의 활용도가 줄어들고 매각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이 때문에 법정지상권이 걸려 있는 물건들은 유찰이 잦고 낙찰가도 떨어지게 된다. 경매 고수들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든다. 남들이 다 꺼리는 물건 중에 잘 찾아보면 큰 문제가 없는 ‘대박’이 숨어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지상권 계약이 아니거나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토지 주인은 ‘소유물 방해 배제 청구권’을 행사해 건물의 철거를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법정지상권이 인정된다면 건물 소유자는 철거 걱정 없이 토지 주인에게 일정액의 지료를 내면 건물을 유지할 수 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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