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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도 어려운데'…국책연구기관, 베이비부머 정년퇴직 러시

최종수정 2019.05.24 11:16 기사입력 2019.05.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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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연 소속 26개 연구기관 정년퇴직자 5년새 두배
산업연구원 향후 5년간 33명 퇴직…가장 많아
정년 60세에서 61세로 연장 요청

'채용도 어려운데'…국책연구기관, 베이비부머 정년퇴직 러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책연구기관에 근무하는 A씨는 다음달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1993년 입사해 26년 이상을 한 직장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A씨는 "정년퇴직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 이후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기에는 당장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아직 식지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제조업 생산직에서 두드러진 고령화의 그림자가 국책연구기관에도 드리우고 있다.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다. 현대ㆍ기아자동차 생산직에서는 한해 3000여명이 정년퇴직을 하고 있는데 국책연구기관에도 정년을 이유로 퇴직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산하연구기관별 정년퇴직자수 추이'에 따르면 경사연 소속 26개 기관의 연구직 정년퇴직자수는 2014년 28명에서 지난해 50명으로 두배 가량 증가했다. 올해 역시 50명이 정년퇴직으로 연구기관을 떠나는데, 내년에는 61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평균 정년퇴직자는 2014~2018년 38명에서 2019~2023년에는 55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기관 중에서는 산업연구원의 퇴직자수가 가장 많다. 올해 5명을 비롯해 내년 9명 등 향후 5년간 연구직에서 33명이 빠져나가고 국토연구원은 2019~2023년 사이에 25명이 퇴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22명,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20명의 연구원들이 정년퇴직한다. 그동안 해마다 한명 정도였던 한국노동연구원의 정년퇴직자 수는 2021년에는 5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의 정년퇴직자 급증 현상은 우리 사회의 구조변화와 맞물린 문제라는 시각이 강하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배규식 노동연구원장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정년퇴직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경험많은 연구인력이 정년을 이유로 그만둘 경우 연구의 질적 저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2014년을 전후해 국책연구기관들은 서울에서 세종을 비롯한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구인난을 호소해왔다. 신규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험많은 연구인력의 정년퇴직이 늘어나는 이중고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추경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정년퇴직이 급증함에 따라 해당인원을 대체할 수 있는 우수인력 채용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인력은 연륜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규 인재 채용이 어려운 문제보다 정년퇴직자 급증이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성경륭 경사연 이사장도 이런 우려 때문에 정년퇴직 증가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사연은 정년퇴직 연한을 60세에서 61세로 늘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최근 기획재정부에 정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교수 정년퇴직연한인 65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출연연 단체인 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연구기관들의 정년퇴직 연한이 61세인 만큼 형평성을 맞춰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경사연이 강하게 어필했다는데, 잘 안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정년연장 문제가 청년층 고용, 재원, 연금지급 등과 얽혀 있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승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들어봐야 하는데, 인구구조 변화, 정년연장에 따른 재원 마련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다"면서 "연장문제를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년을 늘리면 청년층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년을 앞둔 연구원 가운데 더 이상 연구에 뜻이 없는 부류도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배규식 원장도 정년연장에 대해 "장단점이 다 있다"고 말했다.


정년퇴직을 앞둔 연구원들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장지상 원장은 "정년을 채운 연구원들 가운데 더 일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명예위원직을 부여하고 있다" 말했다.


다만 정부가 고령자 고용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만큼 논의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정년문제, 고령인구 재고용 등 고령화의 제도적 이슈에 대해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임금 체계와 고용형태 변화 등 노동시장 제도 변화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인구정책TF를 가동중인 만큼 이를 계기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성경륭 이사장은 "정년 때문에 능력이 사장되는 건 아쉬운 일"이라면서 "인재를 대학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음 달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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