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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청장 25시] “저 도와주실래요?”...직원과 마음으로 통하는 오승록 노원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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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으로서 지시가 아닌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호흡하는 것” 철학...노원구청 직원들 ‘함께 일하고 싶은 구청장’ 인식 확보...‘가슴 따뜻, 아이디어 풍부, 체력 좋은 정치인’으로 ‘3박자 갖춘 구청장’ 평가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구청장 혼자 방대한 구 업무를 어떻게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저 도와주실래요?”


지난해 7월3일 노원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오승록 노원구청장과 직원들의 첫 만남의 자리. 2층 대강당에 모인 600여명의 직원들은 이야기 말미에 나온 구청장의 예상치 못한 부탁에 너 나 할 것 없이 큰 소리로 “네”하며 화답했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직원은 “최고 관리자라면 ‘나를 믿고 따르라’며 큰 비전을 제시, 일부러라도 존재감을 과시하게 마련인데 오승록 청장은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사실 오승록 구청장은 선거 때부터 내부 직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키가 크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 속마음을 알 수 없고, 자칫 마음에 안 들면 불같이 화를 잘 내 대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런데 직원들과의 첫 만남의 자리에서 오 구청장은 자신의 성장 과정을 조심스레 꺼낸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전남 고흥, 그것도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웬만큼 공부하는 친구들은 중학교 졸업 후 다들 광주나 서울로 유학을 가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 그래서 그 섬을 탈출할 방법은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해 서울의 대학에 가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어찌 보면 떠올리기 싫은 과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집중한다. 직원들의 경계심을 한방에 풀어버린 셈이다.

구청장 취임 후 10개월. 지금은 구청 직원들 누구도 오 청장을 소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신임 구청장으로서 고충을 토로하며 직원들 협조를 요청하는 낮은 자세가 직원들로 하여금 ‘함께 일하고 싶은 구청장’이란 인식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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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유머는 사람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는 데 낮은 톤의 목소리, 간간이 웃음을 유도하는 그의 이야기 방법은 리더로서 큰 장점이다. 회의나 업무보고도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자유로운 토론 형태로 진행해 구청장 앞이지만 직원들은 큰 심적 부담을 못 느낀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 청장의 리더십은 ‘나만 따르라’가 아닌 ‘우리 함께 가자’로 요약할 수 있다. 그 밑바탕을 이루는 것은 처음 연세대입학 후 학생 운동을 통해 세상을 알면서부터 국회의원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서울 시의원을 거치며 일관되게 마음에 새겨온 ‘진정성’과 ‘한 걸음 한 걸음’ 자세다.


무슨 일이든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 있지만 그럴수록 정도를 걷고, 이왕하려거든 주도면밀하게 살펴 제대로 하자는 그의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구청장이 돼 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만난 오승록 청장은 서류가 수북히 쌓여 있는 원탁에서 자료를 살피는데 여념이 없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 자료들을 보며 평상시 구정을 대하는 그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년 가까운 시간을 구청장으로서 어떻게 보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구정 운영방향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 오 청장은 ‘아이디어 구청장’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시 ‘노란색 군사분계선‘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인데 이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 준다면..


▲그런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당시 청와대 의전담당 행정관이어 육로를 이용하게 될 방북 행사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마침 실무준비를 위해 남북을 오가게 됐는데 하루는 군사분계선 부근에 경계를 알리는 어떤 표식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명색이 국경인데 의아했다.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다 1949년 평양에서 있은 남북 연석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김구 선생 일행이 38선 팻말 앞에서 찍었던 오래된 사진 장면이 떠올랐다. 인위적이지만 이 부근에 군사분계선을 표시하면 어떨까 싶었다.

연출을 싫어하는 노 대통령이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등을 설득해 대통령에게까지 허락을 받아내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지금도 남북 정상이 만날 때마다 회자되고 있어 보람을 느끼고, 훈장도 받아 정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어린이날 축제 현장에서 오승록 구청장

어린이날 축제 현장에서 오승록 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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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폭염이 전국을 휩쓸었다. 많은 사람들, 특히 노인들이 견디기 힘들었는데 구청 대강당 등을 활용한 ‘어르신 24시간 무더위 쉼터’가 주민사랑 아이디어로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행정안전부에서 올해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당시 휴가 중이었는데 한가로이 있을 수 없어 일정을 앞당겨 서울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일반주택을 지나게 됐는데 대문 앞에서 부채질하며 앉아 계신 어르신을 만났다. 에어컨은 없고 더운 선풍기 바람에 잠을 잘 수 없어 나와 있다는 말에 이분들이 밤에라도 편히 주무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기존에 동네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활용하고 있었지만 밤 9시까지만 운영한다. 그래서 경로당을 24시간 운영하고 밤에 사용하지 않는 구청 대강당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구청 강당은 야간에 간호사와 직원들을 배치해 온도를 조절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고 경로당도 회장이 당번을 서도록 했다.


직원들이 고생했지만 잘 이행해 준 덕분에 한달 간 2400명이 이용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다녀가 모범사례로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구청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 ‘우리의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우문현답 자세로 현장을 중시하고 있는데


▲현장을 살피는 것은 나의 철칙이다. 2007년 군사분계선 아이디어도 현장을 보았기에 나올 수 있었다. 민선 단체장이 된 후에는 더하다. 달라진 마음가짐 때문이다. 풀 한포기 벽돌 한 장이 예사롭지 않고 고장난 신호등, 하물며 깨진 보도블록조차도 미리 점검 못한 본인 책임 같다. 참석해야 할 공식 행사도 많지만 하루에 적게는 5곳, 많을 때는 10여 곳 등 지금까지 400여 곳의 현장을 방문했다.

등축제 현장

등축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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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이디어를 얻을만한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해외는 길게는 7일, 짧게는 주말을 이용해 다녀온다. 지방도 가평, 창원, 광주, 전주, 원주, 포항, 전남 등 필요하다면 어디든 다닌다. 올해는 하천을 잘 정비한 곳을 위주로 벤치마킹 하려한다. 가면 분명 얻는 것이 있다. 그래서 직원들한테도 늘 국내든 해외든 견학하고 오라한다.


지금은 4월부터 246개 경로당을 순회하고 있다. 7월 이후에는 복지관과 유치원, 어린이집도 계획하고 있다. 현장을 보고 현장에서 말을 듣다보면 답은 분명히 나온다.


- 추석명절 반려견 쉼터를 운영하는 등 반려견에 대한 관심이 많다


▲반려견 쉼터 아이디어의 기본 생각은 사람에 대한 배려다. 부모님이 반려견을 싫어하니 명절에 데리고 갈 수 없어 몇 년 째, 고향방문을 못하고 있다는 분을 보면서 이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살피다 나온 생각이다. 더구나 애견 카페나 애견 호텔에 맡기는 비용이 비싸고 예약이 일찌감치 끝나 맡기고 싶어도 맡길 곳이 없는 실정이었다. 사정이 그러니 명절에 반려견을 맡길 곳이 없으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장소 문제로 돌봄 대상은 20마리로 유기견 입양 경험이 있는 가구를 우선적으로 배려했다. 한 곳에서 무한정 늘리기 보다 명절 기간만이라도 여러 지자체가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유기동물을 방지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25개 구에서 20∼30마리 정도만 맡아 돌봐도 최대 750마리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힐링의 공간 마련으로 주민 휴식의 삶에 기여하고 있고 실제 주민들도 당현천 등축제나 경춘선 가을음악회 등 예전에 비해 문화와 힐링쪽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구상은...


▲민선 7기 슬로건이 ‘자연과 문화 속으로 힐링도시 노원’이다. 전체 주거형태의 80%가 아파트여서 휴일이면 주민들이 지역 내에서 쉴 만한 곳이 별로 없다. 바쁜 세상일수록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여겨 생각한 것이 주말에 반나절 쉴 수 있는 곳이다.


강원도나 경기도 인근으로 나가려면 교통 체증과 비용 문제로 쉽지 않아 지역을 권역별로 나눠 힐링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첫 번째 완성 단계인 곳이 중계동에 위치한 불암산 힐링 복합단지다. 사계절 내내 나비를 관찰할 수 있는 나비정원은 지난해 개장 이후 8개월간 4만 명이 다녀갔다. 현재 철쭉동산을 완성했고 연말 완료를 목표로 산림치유센터와 장애인도 갈 수 있는 무장애 숲길, 숲길과 이어진 곳에 불암산 전망대를 조성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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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릉동에는 경춘선 숲길 공원이 있다. 올 연말 아침고요수목원과 같이 불빛정원으로 꾸밀 예정이다. 완성이 된다면 새로운 서울의 야간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월계동 영축산 순환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다. 2년 전, 아내와 함께 한 영축산 산행이 계기가 되었다. 지형적 조건이 산책 공간으로 안성맞춤이어서 지역 국회의원과 서울시의원등과 협력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21년 말까지 총 사업비 78억원을 투입한다. 총 3.92㎞ 구간을 3단계로 나눠 1단계로 우이천 옆 SK뷰 아파트~정상~광염교회 1.83㎞ 구간을 연말까지, 2단계 월계 유아숲 체험장~성북역 신도브래뉴~광운대역 뒤 1.44㎞은 2020년 말, 마지막 3단계 삼한상운 운수~월계문화체육센터 0.65㎞ 구간을 끝으로 완료할 예정이다.


- 문화와 관련해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지난해 10월. 경춘선 숲길 공원에서 가을음악회를 열었다. 주민들의 산책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외진 곳에 5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문화에 대한 갈증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문화를 사치스러운 것, 낭비적인 요소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문화가 도시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다행히 기본 여건이 우수하다. 수락산과 불암산, 중랑천과 당현천 등 풍부한 여가공간과 각종 교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반경 7㎞ 안에 240만 명이 거주하는 서울 동북부 중심도시로서의 잠재적 수요가 최대 강점이다.


그래서 ‘노원 문화축제’를 정례화 하려한다. 태강릉 문화제, 5월 어린이 축제, 당현천 등축제, 드론 페스티벌, 경춘선 가을 음악회와 노원탈축제다.


기존의 전시 공간도 적극 활용한다. 지난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 소장, 샤갈 진품 전시회는 7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노원구 중심에 위치한 북서울미술관도 유명 작품 전시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올해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전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고흐의 작품 등 유럽의 명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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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 초반과 달리 직원들의 청장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다. 직원들과 소통 방법이라면 무엇인지.


▲고인이 되신 신영복 선생은 ‘우정이란 비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 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구청장으로서 지시가 아닌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호흡하는 것이다. 그래서 구청 직원 산악회를 통해 직원들과 정기적인 산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직원 워크샵에도 동참해 내가 아는 지역이면 직접 안내한다.


지금껏 구청장으로서 업무를 파악하고 지역 살림을 잘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식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해 야간 무더위 쉼터로 활용한 구청 강당에서 어르신들이 계속되는 냉방에 혹시라도 감기에 걸릴까 싶어 밤 12시와 새벽 4시에 정기적으로 실내 온도를 맞추는 모습을 보고 공무원이 이렇게까지 꼼꼼한가 싶었다.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당초 청와대를 나온 후 바로 구청장에 도전하지 않고 시의원 경력을 쌓은 후 구청장에 도전했다는 오 청장의 말처럼 한걸음, 한걸음 내공을 쌓으며 나아가는 그 모습에서 매사 준비하는 진중함을 보았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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