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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블레싱호 승선記①]남미 향하는 11만t 대형선…비용절감에 '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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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동중국해 해상을 이동 중인 HMM블레싱호에서 정영태(34) 일등기관사가 적재된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제훈 기자 kalamal@

지난 10일 동중국해 해상을 이동 중인 HMM블레싱호에서 정영태(34) 일등기관사가 적재된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제훈 기자 kala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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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상하이·닝보(중국)=유제훈 기자] "하드 스타보드!(Hard starboard·우현 최대각도로 이동)"


지난 9일 오전 7시35분. '이 커다란 배가 뜨기는 뜰까' 란 우려가 무색하게 현대상선 HMM 블레싱호(號)가 항행을 시작했다. 도선사(導船使)와 예인선(tug boat)의 유도 아래 1만1000TEU급 블레싱호는 약 1시간 만에 닝보 메이산항(港)을 벗어났다.

◆11만t 중량 대형船…77일 = 닝보 메이산항에서 부산으로 향한 HMM블레싱호은 너비 330m, 높이 61.8m에 달하고, 실어나를 수 있는 컨테이너가 1만1000개에 달하는 대형선이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로부터 인수했다.


닝보항을 떠난 HMM 블레싱호엔 6000TEU에 해당하는 컨테이너 박스들이 실려 있었다. 선체를 포함 충량으로만 11만t에 이르는 규모다. 전날(8일) 저녁 승선하는 과정에서도 메이산항의 갠트리 크레인(컨테이너 크레인)은 밤새 끊임없이 컨테이너를 양·하역했다.


HMM 블레싱호는 지난 11일엔 부산에서 약 2500TEU에 이르는 화물을 추가로 선적, 남미지역을 향해 출발했다. 1개 항차 당 77일이 소요되는 만큼 HMM 블레싱호는 이날부터 20여일을 태평양 망망대해를 항해, 멕시코(2개항), 페루(1개항), 칠레(5개항)에 화물을 실어나를 예정이다.

◆비용줄이기 사활 = 운항 과정 내내 선장의 관심은 비용절감에 맞춰져 있었다. 2010년대 들어 글로벌 선사들이 선복량을 크게 늘리고 운임을 내리면서, 비용관리가 해운사의 수익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 까닭이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도 비용절감을 위해 갖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면지·필기구 재활용, 공동 세탁 등 기본적인 업무·생활은 물론, 운항과정에서도 연료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한 항로설정 등에 공력을 투여하고 있다.


정영태(34) 일등항해사는 "최근엔 주요 항구마다 정박비용 등 항비를 시간 대 마다 부과하고 있어 정박시간을 최소화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연료 효율을 위해선 엔진의 분당 회전 수(RPM)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항로 선택 등과 관련해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블레싱호의 운항속도는 12노트(knot·22.2㎞/h) 정도로 한정됐다. 유류소모량을 효율화 하기 위한 경제속도를 준수하기 위해서다.


조형익(42) 선장은 "2000년대 속도가 관건이었던 시절엔 8600TEU급 선박으로 30노트(55.5㎞/h)까지 운항했지만, 저(低)운임이 트렌드인 2010년대부턴 경제속도가 12노트 정도로 줄어든 상태"라며 "유류소모량도 30노트 시절엔 1일 평균 300t에 달했지만, 최근엔 1일 기준 24t 정도로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비용절감은 비단 현대상선만의 과제는 아니다. 글로벌 선사들도 선복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비용을 줄이는데 혈안이 돼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기반의 모(某) 선사의 경우 볼펜심 교체까지 회사 승인을 받으란 우스갯소리가 돈다고 한다"며 "글로벌 선사 간의 치킨게임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조형익(42) 현대상선 HMM블레싱호 선장이 지난 11일 부산신항만 기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유제훈 기자 kalamal@

조형익(42) 현대상선 HMM블레싱호 선장이 지난 11일 부산신항만 기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유제훈 기자 kala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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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운임…선사없는 남미의 설움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남미노선의 운임은 바닥수준이었다. 1개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불과 평균 500달러(한화 약 50만원)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 선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노선에 선박을 투입하면서 공급 과잉이 빚어진 탓이다.


하지만 불과 3년새 운임은 평균 2000달러(한화 약 200만원) 수준으로 급등했다. 운임이 하락하자 글로벌 선사들이 노선에서 선박을 뺐고, 결과적으론 공급 부족을 이어진 것이다. 국적선사 없는 남미지역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마지막 고비 될까…'메가쉽' 도입 눈앞 = 하지만 국내 유일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의 앞길에 '꽃 길'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현대상선은 무려 16분기 연속 적자를 낸 상태다. 머스크(Mearsk), MSC, 코스코(COSCO) 등 글로벌 선사들이 급격히 선복량을 늘려 운임이 바닥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현대상선이 해운업 호황기에 높은 용선료로 선박을 도입, 비용이 늘어나면서다.


현대상선은 내년에 도입할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크러버가 장착된 친환경선인 만큼 연료 효율성도 높일 수 있고, 세계 최대 수준인 2만3000TEU급인 만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늘어난 배를 채울 수 있겠느냐'라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찮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에도 상하이 양산항에서 최초로 연간 물량 100만TEU를 달성할 정도로 무너졌던 화주의 신뢰가 돌아오고 있단 이유에서다.


이주명 현대상선 중국본부장은 "배를 채울 영업력이 있느냐고 묻는데, 거꾸로 왜 배를 채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지 묻고 싶다"면서 "한진해운 사태 이후 화주들의 신뢰도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고, 원가경쟁력이 있는 선박이 들어오면 자연히 운임경쟁도 가능해지는 만큼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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