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분기 성장 좋지 못해…재정 적극적 역할 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세계 경제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1분기 성장이 좋지 못했다"며 "재정이 경제활력 제고에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세종시에서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모두 발언을 통해 "민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도 우리에게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세 번째 회의로, 집권 3년차를 맞아 처음으로 세종시에서 개최됐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지난 2년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3년을 준비해야 하는 반환점에 와있다"며 "지금까지 '혁신적 포용국가'의 시동을 걸었다면 이제는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살림살이도 가계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려야 할 때가 있고 건전성에 중점을 둬 곳간을 채워야 할 때도 있다"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중점을 뒀으나, 지금의 상황은 저성장과 양극화·일자리·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한 만큼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지금 재정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사회투자를 대폭 늘렸고, 경제 활력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혁신투자도 아끼지 않았다"며 "그 결과 신규 벤처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신설법인 수가 10만개를 돌파하는 등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임금근로자 비중과 임금 5분위 배율이 역대 최저로 낮아졌고 상용직과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나 직장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은 분명히 개선됐다"며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수출 60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우리 경제의 외연도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자영업자와 고용시장 밖에 놓인 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은 참으로 아픈 부분"이라며 "고용확대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같은 고용안전망 강화, 자영업자 대책 등에 재정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확장적 재정 전략으로 재정수지가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를 '단기적 악화'라고 말하며 "우리의 국가재정은 매우 건전한 편이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10여 차례나 강조한 문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서도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돼 정부의 추경안을 신속히 논의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추경은 '타이밍과 속도'가 매우 중요한데, 처리가 지연될수록 효과가 반감되고 선제적 경기대응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당·정이 국회 설득을 위해 더욱 힘을 모아주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과감한 재정혁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필요한 곳에 (재정을) 쓰되, 불필요한 낭비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며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관성에 따라 편성되거나 수혜계층의 이해관계 때문에 불합리하게 지속되는 사업 등을 원점에서 꼼꼼히 살피고 낭비 요소를 제거해주기 바란다"며 회의에 배석한 각 부처 장관들을 향해 "오늘만큼은 자신이 속한 부처의 장관으로서가 아닌 국무위원의 자세로 논의에 임해 달라"며 협력을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이, 청와대에서는 주요 실장 및 수석이 참석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