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미지의 유혹과 배반
AD
원본보기 아이콘

오월의 정원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는 앞다투어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꽃들 때문이다. 꽃의 수술은 꽃가루를 만들고, 암술은 벌과 나비를 통해 수술에서 꽃가루를 받은 후 열매를 맺는다. 이렇게 꽃의 본분과 역할은 생식(生殖)이기에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일에 필사적이다. 사람들은 꽃의 화려한 이미지에 도취되어 생식활동 중에 있는 꽃의 냉엄한 현실을 보지 못한다.


에덴동산의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탐스럽기도 하였다. 이 선악과란 신과 인류의 언약의 구체적 징표였지만, 하와와 아담의 눈에 비친 그것의 화려한 이미지는 유혹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미지의 유혹에 넘어간 그들은 신의 명령을 어기는 원죄를 범하여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다고 성서는 전하고 있다. 그 후 인류 역사 속에 시각을 통해 들어온 고혹적인 색(色)과 이미지의 눈부신 우상(idol)의 유혹에 빠져들어 파멸의 길로 들어선 아담의 후예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날은 극단적인 이미지의 시대다. 이미지는 양날의 칼이다. 한편으로 세련되고 화려한 이미지는 심미적 감성을 일깨우며 예술적 욕구를 충족하고 유행을 선도한다. 다른 한편 이미지는 실재를 은폐하거나 왜곡시킨다. 우리의 일상에서 '기호의 미학'인 디자인, '변화의 미학'인 패션, '배치의 미학'인 인테리어가 화려한 이미지로 우리를 유혹한다. 근자에 화려하고 멋진 이미지를 지닌 일부 연예인들의 수치스러운 일탈의 사건들과 그리고 정치적 엘리트와 리더의 이미지를 지닌 고상하신 지도자들의 몽니, 볼썽사나운 언행과 야만적인 당파 싸움! 그들의 민낯에 국민은 실망하며, 그들의 위선적 술수와 파행에 분노하고 있다.


저러한 이미지의 유혹과 현실 은폐의 이중성을 간파한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 Baudrillard)는 이미지와 실재의 관계를 정치하게 분석한다. 이미지는 우선 실재를 반영한다. 그리고 그것은 실재를 변질시키며, 나아가 실재의 부재를 감춘다. 이미지는 실재와 무관한 환영과 유령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미디어 매체를 통해 이미지가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된다. 이른바 이미지가 들끓는 환영과 유령의 사회에 살고 있다. 따라서 정치, 기업, 산업, 학문, 언론,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이미지 만들기와 그것의 상품화에 사활을 건다. 그리하여 광고와 홍보시장은 날이 갈수록 확장된다. 우리는 이제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소비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의 이미지화와 이미지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 이미지는 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이데올로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에 호소한다. 그리하여 이미지에 의한 감성 정치가 유행이다. 민족, 평화, 정의, 통일, 성장, 분배, 안보 등도 현실 적합성이 있는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이념적이고 감성적인 이미지로 사용될 때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정치권에서 유통되는 이상주의적인 이미지는 우리를 유혹하여 실재와 현실을 배반하게 한다. 특정인의 '반듯하고 괜찮은 남자'의 이미지와 '맑고 선한 느낌'의 이미지! 그것들이 만들어낸 '인물의 신화'는 환상과 환영을 심어주어 실제의 사람을 보지 못하게 하고 우상화시킨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는 환영적인 이미지에 가려져 있는 역사적 냉엄한 실상과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할 수 있는 지적 분별력과 성찰이 요구된다.

AD

강학순 안양대 명예교수


.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