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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996룰 - 중국 IT기업 신화 속 숨겨진 노동자의 눈물

최종수정 2019.05.03 16:42 기사입력 2019.05.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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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 = 아시아경제 DB

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 = 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선전시의 한 IT기업에 근무하는 웬디 류 씨는 지난해 연봉 인상률은 3%에 그쳤지만, 회사 인근서 해결하는 평균 점심값은 50~60위안으로 전년 대비 20% 인상됐다고 토로했다. 지난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취업 정보 사이트 자오핀(招聘)의 발표를 인용해 금년 1분기 중국 내 화이트칼라 평균 월급은 8050위안 (약 140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의 8096위안보다 감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 신호가 민영기업을 중심으로 속속 감지되는 가운데, 중국 IT기업들은 여전히 직원들에게 주 72시간 근무를 강요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996룰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에 걸쳐 일하는 중국의 노동문화를 지칭하는 말로, 1996년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을 필두로 샤오미, 알리바바, 화웨이 등의 IT 기업이 시행해 하나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시행 초기에는 직원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996룰은 중국 IT 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지만, 최근에는 996.ICU (996룰대로 일했다가는 병원 중환자실‘icu’에 간다는 뜻)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해당 업계 근로자들의 큰 반감을 사고 있다. 지난달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회사 행사에 참석해 “만약 당신이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며 “하루에 편안하게 8시간만 일하려는 이들은 필요 없다”고 말해 네티즌의 공분을 샀는가 하면, 잦은 초과근무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직원의 호소에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이혼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지적해 직원을 아연케 했다. 한편 SCMP는 최근 중국 벤처업계에서 996룰을 뛰어넘는 ‘007룰’도 나오겠다는 농담이 떠돈다고 꼬집었다. 0시부터 0시까지 주 7일 일할 수 있는 노동자는 지구상에 로봇뿐이다. 기업의 성장 및 위기 극복의 수단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중국 기업문화가 빚어낸 웃픈 풍경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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