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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법 개편 '단계적 종량세'로 가닥잡나

최종수정 2019.05.03 14:53 기사입력 2019.05.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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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깊어지는 고심에 '단계화' 부상
모든 주종 일괄 종량제 적용에서 전환…와인보다 소주 세금 더 높아질수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피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피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획재정부가 주세법 개편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3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단계적 종량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전날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차 피지를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종량세 도입을 이번에 다하는게 아니다"며 "원샷으로 해 문제없이 안착하면 좋겠지만 의결을 수렴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는 방안도 있다"고 밝힌 후 단계적 종량제가 현실적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희석식ㆍ증류식ㆍ와인ㆍ복분자…일괄적용 어려워=기재부는 그동안 모든 주종에 대해 일괄적으로 종가세(원가 당 세액)에서 종량세(ℓ당 세액)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주세 개편과 관련해 "연구용역이 마무리돼가고 있다"며 "5월 초에 개편안을 내놓되 전체적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달 초까지 개편안이 나오기 어렵게 되자 '일괄적으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수많은 주종 가격을 올리지 않고 한꺼번에 종량세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주만해도 희석식과 증류식으로 나뉘는데다 과실주도 와인 뿐 아니라 복분자주 등 세분화돼 있고, 그 외에 백세주 등 다양한 형태의 술이 있더라"고 토로했다.


종량세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증류주와 와인 같은 과실주가 있다.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길 경우 '고급술일 수록 비싸다'는 고정관념이 한꺼번에 무너지게 된다. 예를 들어 소주는 알콜도수가 17도 이상인 반면, 와인의 알콜농도는 14~15도로 낮다. 현재 희석식소주에는 원가의 72%가, 수입와인의 경우 수입신고가를 근거로 관세와 별도로 30%의 주세가 붙는다. 하지만 종량세로 전환이 되면 알콜도수가 높은 소주에 더 많은 세금이 매겨지게 된다. 수천원의 소주의 세금이 수만원 이상의 와인보다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알콜도수가 40도를 웃도는 고급위스키도 마찬가지다. 종량세로 바뀌면 일반 희석식 소주보다 많은 세금이 부과되지만 알콜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와는 비슷해진다. 하지만 소주와 위스키의 가격차이를 고려할 때 같은 세금을 붙이는 것은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종량세로 바뀌면 고급위스키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량세로 전환하면 값비싼 와인, 위스키 등과의 과세형평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면서 "서민 대표 주종 가격이 오른다면 소비 저항까지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6캔에 만원' 국산 맥주 나오나=맥주는 상대적으로 알콜도수가 낮고 종류도 많지 않아 생맥주를 제외하면 가격 인상 없이 세제 전환이 가능하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맥주의 출고량은 215만877㎘로 전체 주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세액도 1조6355억9100만원으로 주세액 가운데 50%에 육박했다.


맥주업계는 국산 제조업체나 수입업체 가릴 것 없이 큰 이견이 없어 종량제 전환이 비교적 수월하다. 국산맥주 주세율은 종량세로 전환하면 과세표준 가운데 판매관리비와 이윤이 빠져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어들고 기네스 같은 고급수입맥주도 오히려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가 수입 맥주 대신 고급 수입 맥주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할인점, 편의점을 중심으로 지금보다 다양한 종류의 수입맥주가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국산맥주 가격이 낮아지면서 4캔이 아닌 '6캔에 1만원' 행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재부로서는 생맥주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생맥주의 경우 대량으로 유통되는 특성 때문에 판매관리비가 병맥주에 비해 적게 책정돼 있어 종량세로 바뀌면 이 오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생맥주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정부가 종량세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량세와 종가세를 혼용해서 쓸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한다.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는 주종에 대해서는 종량세를 적용하되 생맥주처럼 가격 인상 가능성이 큰 부문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은 종가세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종량세와 종가세를 병행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도 "여러 제도를 혼용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재이 세무사는 "조세 틀하고는 맞지 않지만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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