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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하이난 성장의 그늘…부동산은 '투기'·소상공인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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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완성 단계인 하이커우 내 아파트단지 내부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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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하이난(중국)=박선미 특파원]“하이난성 안이라면 24시간 무료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 부동산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난성 성도인 하이커우에는 철도역 주변으로 이와 같은 문구가 쓰여진 가판대가 여럿 모여 있다. 얼마나 많은 외지인들이 투자를 위해 이곳을 찾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이난성 전체가 부동산규제 대상이어서 외지인의 투기성 매매에 강도 높은 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업계는 중앙정부의 개발지원 정책이 몰리고 있는 이곳을 '사 두면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유독 하이난성에 불 꺼진 아파트가 많은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인 리엔지아의 옹슈건(翁秀根) 매니저는 “현재 하이커우에만 리엔지아 지점 수가 십여곳 되는데 대부분 최근 1~2년 사이에 오픈한 것”이라며 "여전히 베이징 투자자들이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 4년~5년만에 아파트 가격이 두 배가 된 곳이 수두룩하다”고 귀띔했다.


미완성 상태인 하이커우 룽화구(龍華區) 소재 한 아파트단지 안에서는 다음달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집을 보고 계약금을 넣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분양가는 방3개 화장실1개 100㎡ 아파트가 2억9000만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맞은편 아파트 단지를 가리키며 "4년전 1㎡당 7000위안에 분양했던 아파트가 지금은 1만4000위안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며 정확히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의 한 고급 아파트단지는 2016년 ㎡당 1만7000위안에 분양 받았던 주인들이 지금은 3만위안이 넘는 가격에 매물로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이난성에는 유독 유령아파트가 많다. 아파트값이 쉽게 두배로 뛰다 보니 돈 많은 외지인들이 들어와 아파트를 사고, 관리가 귀찮은 월세를 놓는 대신 몇년을 버티다가 오르면 되판다. 집을 비워둔채 추운 겨울에만 잠시 내려와 따뜻하게 휴가를 즐기다 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곳에 빈집이 많은 또 하나의 이유다. 리엔지아의 옹 매니저는 “입주율이 30~40%인 아파트단지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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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하이난성 전체를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해 개혁·개방의 시험대로 삼고 있지만 소외된 소상공인들의 애환도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하이커우 인터넷 활용 혁신창업 시범단지인 '푸싱청 인터넷 혁신파크'는 하이난의 ‘실리콘밸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인터넷 활용 혁신 창업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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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 산하 아이치이, 온라인 영상물 공유 플랫폼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 중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몰려 있다. 많은 창업 기업들은 하이난 자유무역항 구축 계획이 공개된 1년전 우대정책을 노리고 이곳에 들어왔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푸싱청의 한쪽 귀퉁이에는 활기를 잃고 문닫은 상점들이 즐비한 차(茶)·향(香) 거리가 초라하게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 3대째 차·향 관련제품을 판매하는 왕메이충(汪梅忠)씨는 푸싱청이 들어오기 전인 3~4년 전만 해도 월 1000만원 가량을 버는 꽤 능력 있는 사장이었다.


그러나 주변이 인터넷 활용 혁신창업 시범단지로 지정되면서 전통 제품을 파는 이곳 상권은 급속도로 위축됐고 지금은 한달에 100만원 정도를 겨우 벌며 버티고 있다. 사정은 인근 상점들도 비슷하다. 인근 가게들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폐업할 정도로 황량한 상태였다.


왕씨는 "섬 전체를 자유무역항으로 구축한다고 하지만 아직 이곳 주민들은 경제 활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하이커우는 첨단산업을 우대하는 정책 쏠림 현상이 심각해 자유무역항 구축과 무관한 소상공인들은 오히려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푸싱청 내 향과 차를 파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어 폐업한 상점들이 즐비하다.

푸싱청 내 향과 차를 파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어 폐업한 상점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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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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