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형마트 비닐 규제 한달…속비닐 안되니 랩으로 싸고 또 싸고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 하루 전날인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A 대형마트 수산코너. 장을 보러 온 주부 최민주(43·가명)씨가 물이 흥건한 홍합살을 집어들며 '물이 흐르니 속비닐에 넣어달라'고 요구하자 해당코너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직원은 "속비닐은 사용은 곤란하고 대신 랩을 더 감아주겠다"고 말한 뒤 수 차례 비닐랩을 칭칭 감아줬다. 랩에 꽁꽁 싸매여 있는 홍합팩을 받은 최 씨는 "'환경보호 차원이라면 차라리 속비닐 한 장에 넣는 게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속비닐을 찾기가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대형 가맹점의 일회용 비닐봉투 및 쇼핑백 사용을 규제한 지 한달여가 된 가운데 대형마트의 일회용 비닐봉투와 속비닐 사용은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대형마트를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장바구니를 손에 들고 있었다. 장바구니가 없는 사람들은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거나 종이박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했다. 대형마트들이 설치됐던 롤비닐 거치대를 대거 치우면서 이용고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 속비닐은 대체제가 없다는 이유로 이번 환경부 규제 대상에서 빠졌지만 벌크 상품이나 흙 묻은 야채 등으로 사용이 제한됐다.
실제 이날 찾은 대형마트들은 모두 오렌지, 감자, 당근과 같은 벌크 과일, 야채 상품이 있는 몇 곳에만 속비닐이 놓여있었다. '사용규제'와 같은 안내문들도 눈에 띄는 곳에 여러 개 붙어있었다. 초기에 비해 속비닐의 남용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마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추, 버섯, 양배추 등 야채들도 대부분 마트가 자체적으로 개별 포장을 해놔 속비닐 사용이 필요없었다. 공산품이나 가공식품을 구매하면서 속비닐에 담는 등 규정외 사용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여전히 구멍은 있었다. A 대형마트 채소코너에서 속비닐 5장을 연달아 뜯어 가져온 장바구니에 넣는 고객이 있었지만 주변 마트 직원들은 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제지하지 않았다. 속비닐 대신 폴리염화비닐(PVC) 재질로 된 플라스틱 용기로 포장된 과일, 야채들이 늘어나 자체포장 비중은 더욱 늘어났다. 속비닐 사용은 많이 줄었지만 대신 다른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것. 실제 이 마트의 주류코너 맥주 시식 행사에선 새로 출시된 맥주를 홍보하고 있는 직원이 종이컵이 아닌 플라스틱컵을 쌓아놓고 맥주를 따라주고 있었다. 축산과 수산코너에 놓여있는 대부분의 상품도 스티로폼과 랩으로 포장돼 있었다.
같은 마트 안에서도 직원들에 따라 속비닐 사용 규제가 제각각인 모습이었다. B마트의 축산코너 양념육 코너에서는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 용기 안에 속비닐을 다시 사용해 이중포장을 하고 있었다. 개별포장이 되지 않고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 돼지고기 코너에서는 여전히 속비닐이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직원들은 한 손에 여러 장의 속비닐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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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제공금지' '벌크 상품만 가능' '속비닐 줄이기에 동참해달라' 등 속비닐 사용 규제를 놓고 마트들마다 안내문구도 다 달랐다. 속비닐의 크기와 사용 가능 품목도 마트마다 차이가 있었다.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마트들은 올해 속비닐 사용을 지난해보다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마트는 올해 1억장(35만t)의 속비닐 줄이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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