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장관 3일 이임식..文정부 첫 문체부 수장 22개월 역임
"공직자, 결정하고 책임지고 집행하는 주체" 본분 강조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깨어있는 공직자로 살아가는 여러분을 내 인생의 남은 시간에 자주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일 퇴임식을 갖고 장관직을 내려놨다. 문재인정부 첫 문체부 장관으로 문화예술인 지원배제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부처 안팎이 시끄러운 가운데 장관을 맡은 지 1년 10개월여 만이다.
도 장관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남북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했던 공로를 문체부 직원들에게 돌리며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날 문체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올림픽을 통해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냈다"면서 "정치가 스포츠를 끌고 가는 걸 경계하는 시각이 있지만 지난해 우리는 스포츠가 정치를 견인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포츠를 통해 군사적 대결을 평화적 교류로 전환했고 대결적 공존을 개방적 공존으로 견인했다"며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이 사라지고 돌이킬 수 없는 평화의 물결이 흘러넘치게 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미안했다는 사과의 말도 전했다. 부처 내 어수선한 기류를 다잡고 밖으로는 문화예술계도 함께 다독여야 했던 터라 도 장관 스스로도 블랙리스트사태 후속조치를 둘러싸고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는 건 그의 주변에선 다들 알고 있다. 본인이 블랙리스트 피해자이자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 야당 국회의원으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만큼 안팎의 기대치도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더 성찰하고 더 겸허하고 더 낮은 자세로 일하자"면서 "무엇보다 다시는 문체부가 이런 어려움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세상이 불난듯 요란해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계속 잘 하는 것"이라고 다독였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세상이 불균형하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세상이 다 썩었다고 욕하더라도 공직자라면 그렇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 가야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직 시절 추진했던 2032년 올림픽 남북공동유치, 스포츠계 구조개혁, 방한 관광시장 회복, 문화비전 2030 구체화, 문예진흥기금 확보, 문화콘텐츠산업 공정환경 조성 및 혁신 등을 차질없이 이어나가 주길 당부했다. 이임사를 읽어나가던 도중 직원들에게 사과할 때는 과거 일이 떠오른듯 울걱하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부처 직원들로 구성된 밴드가 도 장관을 위해 노래선물을 하는 등 이날 이임식은 전반적으로 밝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직원 명의로 재직기념패를 전달했으며 행사장 내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평소 공식석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시를 읊으며 이임사를 시작해 같은 시로 마무리했다. 이날 시는 중국 시인 수팅의 '이별에 부쳐'였다.
"사람의 일생에는 수많은 정거장이 있어야 한다. 바라건대 그 모든 정거장마다 안개에 묻힌 등불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 (중략) 헤어짐과 다시 만남이 없다면, 떨리는 가슴으로 기쁨과 슬픔을 끌어안을 수 없다면, 영혼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생은 또 어떤 이름일까."
도 장관은 월락불이천(月落不離天)이라는 성어를 인용, "달이 져도 하늘을 떠난 건 아니며 그런 마음으로 여러분 곁을 떠난다"며 이날 이임식을 끝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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