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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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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이라는 표현이 일상화됐다. 한 발만 더 디디면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위기를 말한다. 결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할 수 없는 단어다. 그러나 포털 검색창에 '절벽'을 치면 순식간에 많은 기사가 튀어나온다.


▲'반도체 거래절벽, 수출 넉 달째 추락' ▲'청약절벽 현실화되나…3월분양 아파트 43% 미달 비상' ▲'상업 업무용 부동산도 거래절벽…33개월 만에 최저' ▲'대책없이 마주한 인구절벽' ▲'제조 절벽이 불러올 가혹한 미래' ▲'소득양극화, 최악 고용절벽의 덫' ▲'고용절벽…5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 13년 만에 첫 감소' ▲'2월 생산ㆍ소비ㆍ투자 트리플 마이너스…경기동행ㆍ선행지수 최장 동반하락' ▲'작년 고용률, 경제활동참가율 9년 만에 첫 하락…실업률은 5년째 상승'

제목만 읽어도 백척간두 위기에 처해있는 한국경제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 생산, 소비, 수출, 투자, 고용, 부동산 등 어느 것 하나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게 없다. 그러니 민생이 고단할 수밖에 없다.


국가미래연구원이 발표한 민생지수 추이를 보자. 지난해 4분기 민생지수는 90.05. 전년 동기 대비 3.86포인트 하락했다. 노무현 정부 이래 최저 수준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민생지수를 구성하는 실질전세가격, 실질식료품비, 세금, 주거광열비, 교육비 등 부정적 요소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민생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소득, 자산보다 지출이 더 빨리 증가함을 의미한다. 국민이 가난해진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것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올해 다시 두 자릿수 인상된 최저임금의 부작용과 주택ㆍ토지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가 곧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정부는 '절벽'을 서성이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이를 잘 보여주었다.


"우리가 임금주도성장이라 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들은 대체로 임금 노동자 중심의 구조인 반면에 우리는 임금 노동자 못지않게 자영업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무엇인가. 지난해 4분기 소득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36.8%나 줄어들었고 자영업자들은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소득이 늘어난 것은 상위 40% 계층이다. 정부 소득재분배 정책의 제1타깃은 언제나 최하위 소득계층이어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상위 20%가 가장 큰 수혜계층이다. 소득재분배정책의 관점에서도 학점은 'F'다.


정부의 견강부회식 경제인식에는 일부 언론들도 한몫하고 있다. 폐지판매수입이 소득감소의 원인이라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가 하면 최저임금인상은 소득분배 악화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단지 부자들이 더 많이 가져가기 때문'이라는 한심한 진단을 내놓는 언론도 있다. 통계청이 그릇된 방식의 통계 작성으로 경제를 왜곡하고 있다고 호통치기도 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서로 도움이 되고자 하는 노력은 가상하다. 그러나 그 사이 한국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가 절벽에 접근했을 때 정책전환 없이 버티는 유일한 방법은 재정투입밖에 없다. 내년에는 500조원 이상의 슈퍼예산이 편성될 것이 확실시 된다. 재정투입의 재원은 무엇인가? 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국채를 발행한다 해도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가 미움을 받지 않는 방법의 으뜸은 '남의 재산에 손대지 않는 것'이라 했다. 과도한 세금징수는 남의 재산에 손을 대는 것이다. 문 대통령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 참석한 한 청년 대표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N포세대 청년들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 줄 것인가.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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