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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읽다] 불면의 밤이 뇌질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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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뇌에 노폐물 쌓여 치매 등 발병 가능성 높여
잠 부족한 청소년, 우울증·자살사고 늘어 주의
무작정 수면제는 금물…수면다원검사로 원인 찾아야
밤에는 스마트폰 사용 줄이고 집 조명 밝기 낮춰야

[건강을 읽다] 불면의 밤이 뇌질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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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부산에 사는 72세 박영우 씨는 잠을 자기가 무섭다. 자다가 꿈을 꾸면 행동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자면서 발로 차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박 씨는 수면 중 몸부림으로 침대에서 몇번 떨어지면서 이제는 아예 바닥에서 자고 있다. 최근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사고력이 저하된 박 씨는 병원을 찾기로 했다.


최근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42만5077명이었던 불면증 환자는 2017년 56만855명으로 5년새 32% 급증했다. 수면 문제는 우울증이나 조울증, 불안증 등 정신과적 질환이 동반되거나 위궤양, 천식, 협심증 등 신체적 문제가 있으면 함께 나타난다. 불면증은 이런 정신과적 질환이나 신체적 문제와 무관하게 수면 문제가 있을 경우 얼마든지 진단할 수 있다. 이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이나 무호흡증 같은 수면 관련 질환 때문에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스트레스 등 일상생활에 중요한 변화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못자면 퇴행성 뇌질환

불면증이 생긴 사람은 잠 잘 시간이 되면 잠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긴장과 각성이 높아진다. 수면의 실패와 긴장, 불안으로 각성된 상태가 유지돼 불면증이 만성화될 수 있다. 보통 불면증이 3개월 미만일 경우 단기 불면증, 3개월 이상이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 불면증이 지속되면 정신ㆍ신체 질환 모두에 취약해진다. 암이나, 당뇨, 우울증 등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의 재발 위험을 높이거나 경과를 나쁘게 만든다.


정기영 서울의대 신경과 교수는 "밤 중 수면은 뇌 속 노폐물이 빠져 나가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데, 제대로 자지 못할 경우 뇌에 노폐물이 축적돼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면서 "최근 만성 수면부족과 수면장애가 치매 발병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 수면 문제는 육체적ㆍ정신적 건강 이상의 신호이므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 교수는 "노인이라고 누구나 수면장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건강하지 못한 노인이 수면장애에 취약한 것"이라며 "수면장애가 2주 이상 지속될 때는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청소년들도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청소년 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 33.6%가 수면 부족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수면부족이 우울증, 자살사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윤 가톨릭관동의대 신경과 교수는 "잠자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잠을 스스로 줄이는 수면박탈 또는 수면부족이 만성으로 지속될 경우 예민한 청소년기에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늦게 자는 이유를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 시간이 늦춰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멜라토닌은 깊은 잠을 유도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를 해소하며 면역력을 강화하기도 한다"면서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청색광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을 방해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작정 수면제 복용 금물…원인 중요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주말에 지나치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낮에는 밝은 빛을 쏘이고 야간에는 빛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저녁에는 집의 조명도 지나치게 환하지 않게 유지하고 화장실의 조명도 작고 밝지 않은 것을 택한다. 지나친 카페인과 음주를 피하고 저녁 늦게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하는 것도 잠을 방해할 수 있다. 낮잠은 밤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30~40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김지언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대구가톨릭의대 신경과)은 "전 세계 인구 약 1억명 이상이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겪지만 이들 대부분인 90%가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면서 "단순히 잠이 안온다고 수면제 등을 복용하는 것은 금단증상 및 의존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면증은 먼저 면담을 통해 원인이 되는 다른 질환이나 문제는 없는지 평가해야 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수면장애클리닉 교수는 "수면 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주기성 사지 운동장애 등 다른 수면 장애를 불면증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감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 뇌파, 안전도, 턱 및 다리 근전도, 호흡 기류, 호흡 노력, 산소 포화도, 심전도, 수면자세 등 여러 가지 생체 신호들을 기록ㆍ분석해 수면 장애를 진단하거나 수면 상태를 평가하는 검사다. 지난해 7월부터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위한 수면다원검사가 급여화돼 환자 본인 부담금이 20%로 낮아졌다.


최지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수면의학센터장은 "빈번한 코골이, 주간 졸음, 집중력 저하 등이 있는 경우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할 수 있는데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지게 되면 고혈압, 부정맥, 당뇨, 뇌졸중 등 심각한 질병들을 유발한다"면서 "수면무호흡증과 치매, 암과의 연관성도 점차 밝혀지고 있어 수면 장애가 있는 경우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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