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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의사결정장애와 과잉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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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사결정장애가 심각하다.


최근 발생한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카풀대타협 논란이다. 지난 7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가 오전 7~9시, 오후 6~8시 출퇴근시간에 한해 카풀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서울 개인택시운송조합은 자가용 카풀이 없어질 때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14일에는 카풀 스타트업 3사가 사회적 대타협 무효화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민들은 귀를 의심해야 했다. 가뜩이나 대타협의 내용이 시원찮아 불만이었는데 이해당사자들이 반대한다니 더욱 기가 찬다.

두 번째는 삼성전자 평택공장 송전선 문제다. 지난 11일 김학용 자유한국당의원은 송전선 건설에 반대하던 안성시 원곡면 주민들이 산악구간 1.5㎞를 지하에 매설하는 조건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합의했다니 좋은 일이기는 한데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왜 사람이 살지 않는 곳까지 송전선을 지하화해야 하지? 추가비용만 750억원. 한국전력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부담한다.

세 번째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탄력근로제 논란이다. 지난 2월12일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노사정이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원회안으로 확정하기 위해 지난 7일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개최됐다. 그러나 여성, 청년, 비정규직 등 3명의 근로자 위원이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합의했다고 발표했는데 반대한다? 11일 회의도 불발됐다.


세 가지 사례 모두 정부의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의사결정능력이라고 할 것도 없다. 정부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뒤에 숨어있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카풀 사례는 엄연한 국토교통부의 직무유기다. 우버는 이미 2010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2014년 10월23일 영업을 개시했으나 불법화됐다. 정부에 길게는 9년, 짧게는 4년6개월에 달하는 시간이 주어졌던 셈이다. 그동안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고민이야 했겠지만 어떠한 창의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다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 드라이브를 걸자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공을 넘겼다.

삼성전자 건은 산업부, 평택시, 안성시 등의 직무유기다. 향후 3년간 13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를 공급할 대형 프로젝트에 지역주민이 보답한 것은 송전탑 설치 반대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2015년 5월7일 기공식을 했다. 송전탑 문제 해결에 4년이 걸렸다. 정부는 없었고 해결책도 삼성전자가 돈으로 막는 것에 불과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는 더욱 기이하다. 대통령이 여야정 대표와 만나서 탄력근로제 개선에 합의한 것이 지난해 11월5일이다. 그랬으면 고용노동부가 자체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야 했다. 이것을 경사노위에 맡겨 일이 꼬여 버렸다. 게다가 확대를 전제로 기간만 정하라니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는가?


정부의 의사결정장애는 문재인 정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민연금개편안을 보자. 4개안을 마련해서 이것도 국회가 아닌 경사노위에 넘겼다. 그다음에 또 국회에서 논의한다. 세월호 진상조사 결과는 어떤가. 2개의 안이 제시됐다. 진상을 모른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무엇하나 딱 부러지게 매듭짓지 못한다.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겠다.


반면 과잉의사결정 사례도 적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보유세 인상, 공시지가 인상,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등에서는 정부가 대단한 결기를 보여주었다. 과감하고 단호했다.


의사결정장애 사례와 과잉의사결정 사례의 차이는 무엇일까. 독자들의 해석에 맡긴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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