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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브랜드 '6만9000원 코트'의 진실…"정가보다 비싼 프로모션 가격"

최종수정 2019.03.17 11:32 기사입력 2019.03.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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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프로모션 매장 정가보다 비싼 가격표 부착

"가격 끝자리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

소비자들 "대기업의 농락이자 사기행위"

'~900'원 프로모션이 진행 중인 신도림 디큐브시티 H&M매장 모습.

'~900'원 프로모션이 진행 중인 신도림 디큐브시티 H&M매장 모습.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SPA브랜드 가격 프로모션을 통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정가보다 비싼 행사가라니요. 다시는 가격 농락에 휘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김지영(33)씨)


"며칠 전 가격할인 프로모션 매장에서 몇 가지 의류를 구입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옷을 구입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후 할인폭을 확인하고 싶어 프로모션 가격 스티커를 제거한 순간 경악했습니다. 정가가 프로모션 가격보다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충남 천안에 거주 중인 주부 전소영(가명ㆍ38)씨)

스웨덴 SPA(제조ㆍ판매 일괄) 브랜드 H&M의 일부 프로모션 매장에서 외려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 끝자리를 900원으로 맞추는 프로모션이라는 이유로 가격 인하가 어려운 제품들의 경우 가격 인상을 통해 끝자리를 900원으로 통일하고 있는 것. 영문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가격표가 덧입혀진 제품을 할인 제품으로 오인한 채 활발한 구매에 나서고 있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사기행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프로모션 중인 H&M매장에서 구매한 옷들의 가격 스티커를 떼어봤더니 정가가 프로모션 가격보다 외려 저렴하다. (붉은색 네모 참고)

12일 프로모션 중인 H&M매장에서 구매한 옷들의 가격 스티커를 떼어봤더니 정가가 프로모션 가격보다 외려 저렴하다. (붉은색 네모 참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본 제품 가격도 정가와 같다. 프로모션 매장 가격만 900원 높은 셈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본 제품 가격도 정가와 같다. 프로모션 매장 가격만 900원 높은 셈이다.



이달 12일 찾은 서울 구로구 소재 'H&M 신도림 디큐브시티' 매장에서는 가격 프로모션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전 제품 가격의 끝자리를 900원으로 맞추는 프로모션이다. 대다수 제품의 가격표에는 스티커가 덧붙여져 있었다. 프로모션으로 인해 조정된 가격을 새로 덧입힌 듯했다. 이중 흰색 인조가죽자켓, 녹색 후드티, 카키색 이미테이션 스웨이드 코트, 청바지 4종을 구매한 후 부착된 가격스티커를 제거해봤다. 5만9900원에 구입한 인조가죽자켓의 정가는 5만9000원, 3만9900원에 구입한 후드티의 정가는 3만9000원, 6만9900원에 구입한 스웨이드 코트의 정가는 6만9000원이었다. 청바지를 제외한 세 품목을 정가보다 900원씩 더 비싸게 구매한 것이다.

12일 프로모션 중인 H&M매장에서 구매한 옷들의 가격 스티커를 떼어봤더니 정가가 프로모션 가격보다 외려 저렴하다. (붉은색 네모 참고)

12일 프로모션 중인 H&M매장에서 구매한 옷들의 가격 스티커를 떼어봤더니 정가가 프로모션 가격보다 외려 저렴하다. (붉은색 네모 참고)



이같은 사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확산되며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할인정보를 공유하는 회원수 43만명 커뮤니티의 회원 A씨는 "프로모션 의류를 구입한 후 정가보다 비싸게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매장 측 실수라고 생각해 문의했는데 돌아온 답변이 가관이었다"고 분노를 표했다. 매장 측에서는 "일부를 할인해주는 대신 일부는 올려 파는 것이며 하필 고객께서 구매한 옷이 올려 파는 제품이었다"고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 A씨는 "가격표에 (인상됐다는 내용을) 표시하든, 관련 내용을 고지하든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SPA브랜드 '6만9000원 코트'의 진실…"정가보다 비싼 프로모션 가격"


H&M 관계자는 "신도림 디큐브시티와 천안 신세계 매장 두 곳에서 '~900원'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 것이 맞다"며 "제품 대부분이 정가보다 3000원~5000원 정도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지만 한 매장당 두세 품목 정도의 가격이 900원 상향돼 판매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격 조정이 어려웠던 극소수 제품에 한해 가격 끝자리를 맞추기 위해 실시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할인 프로모션을 표방하며 일부 제품 가격을 몰래 상향조정하는 것은 엄연한 기만행위라며 비난하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가 꼼수 마케팅을 남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2015년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 역시 택갈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4만4900원이라고 적힌 점퍼를 구매했지만 스티커 가격을 제거해보니 오히려 더 싼 3만9900원이라고 표기돼 있던 것. 유니클로 측은 "가격이 인상되며 기존 택 위에 새 스티커를 붙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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