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반갑습니다/금란
그녀를 모른다거나 안다고도 할 수 없다. 분명 나를 보고 반갑다고 말한 그녀를 모른다고 하는 건 얼마나 냉정한가, 백만 번을 그녀 앞을 지나가도 반갑다고 할 그녀의 반갑습니다가 뒤통수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진다. 사람들은 굴러다니는 반갑습니다를 태연히 밟으며 백화점 안으로 들어간다. 멋진 음색과 높이로 반갑습니다를 외치는 그녀는 사람들의 쇼핑백 속에 표정을 숨길 만큼 유연하다. 뭉툭해지거나 뾰족해지지 않아야 할 반갑습니다는 영하의 날씨에도 평평함을 유지한다. 부모님의 영정 사진 앞에서도 반갑습니다가 튀어나올 것 같은 사랑스러운 그녀, 혀 안의 초콜릿이 녹고 있는 꿈을 꾸고 있을 달콤한 그녀, 턱과 코끝을 지나간 바람 소리에 반갑습니다가 섞여 불고 있다. 빨간 코트와 깃털 달린 모자 사이로 흘러나오는 반갑습니다를 씹으면 씹을수록 얼음 냄새가 난다. 그 자리에 서서 봄을 기다리는 것만큼 반가운 일이 또 있을까? 봄이 오면 나는 그녀를 모른다 할 것이고 무안해진 그녀를 알고 있다라고 말하면 반갑습니다가 어깨를 움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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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의 사전적 의미는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나거나 원하던 일이 이루어져서 마음이 즐겁고 기쁘다'이다. 자, 그럼 한번 생각해 보자. 당신은 '그녀'가 그리워하던 사람인가? 혹시나 모를까 싶어 '그리워하다'의 뜻도 옮겨 적어 보자면 '사랑하여 몹시 보고 싶어 하다'이다. 이제 알겠는가, '반갑다'라는 말의 본뜻을? 저기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신에게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그녀'가 있다. 당신은 어떻게 응답해야 하겠는가? 만약 당신이 고객이니까 별 뜻 없이 그렇게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최선을 다해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그녀를 "태연히" 무시해도 좋다고 여긴다면, 당신은 이미 당신이 가진 돈보다도 못한 자일 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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