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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청소부터 시작한 박용곤 명예회장…"분수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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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인 2010년 10월 선대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인 2010년 10월 선대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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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지난 3일 세상을 떠난 박용곤 두산 그룹 명예회장은 평소 과묵한 성품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고인은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쓸데없는 말을 하게 된다"며 "내 위치에서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은 모두 약속이 되니 말을 줄이고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평생 몸에 밴 겸손으로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살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다.


◆'남의 밥 먹는 것'부터 시작한 사회생활=고인은 두산그룹이 아닌 한국산업은행 공채 6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남의 밑에 가서 남의 밥을 먹어야 노고의 귀중함을 알 것이요, 장차 아랫사람의 심경을 이해할 것이다"라고 강조한 선친 박두병 초대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1960년 4월에 한국산업은행에 입사해 3년간 은행 생활을 한 고인은 1963년 4월 동양맥주 말단 사원으로 입사했다. 첫 업무는 공장 청소와 맥주병 씻기였다. 이후 선진적인 경영을 잇따라 도입하며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했고 한양식품, 두산산업 대표 등을 거쳐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룹회장을 맡은 이후 1985년 동아출판사와 백화양조, 베리나인 등의 회사를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1990년대에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두산창업투자, 두산기술원, 두산렌탈, 두산정보통신 등의 회사를 잇따라 설립했다. 1974년에는 합동통신(연합뉴스 전신) 사장에 취임해 세계적인 통신사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국제상업회의소 한국위원회 의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경영 성과를 인정 받아 1984년 은탑산업훈장, 1987년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1968년 6월 한양식품 독산동공장에서 코카콜라 국내 첫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1968년 6월 한양식품 독산동공장에서 코카콜라 국내 첫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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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밴 '겸손'… 6·25전쟁땐 해군으로 자원입대=어려서부터 선친에게서 '늘 겸손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고인은 "내가 먼저 양보하면 된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았다. 고인은 '수분가화(守分家和)'를 가훈으로 삼았고, 형제와 자녀들에게 수분가화라는 붓글씨가 적힌 액자를 선물하면서 분수에 맞는 삶을 강조하기도 했다.

수분가화는 자신의 분수를 지켜야 가정이 화목하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면 '능력 범위 안에서 행동하라'는 뜻이며 '조금씩 양보하고 참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가정에서의 모습에 대해 유족들은 아내에 대해 평생 각별한 사랑을 쏟은 남자로 기억한다. 고인은 암 투병 중이던 부인의 병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오랜 기간 간병했다. 그는 일찍 떠나 보낸 아내를 한결같이 그리는 마음으로 23년간의 '사부곡(思婦曲)'을 써내려 왔다.


고인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해군에 자원 입대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기도 했다. 통신병으로 비밀훈련을 받고 암호취급 부서에 배치된 후 해군 함정을 타고 함경북도 청진 앞바다까지 북진하는 작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용한 성품 때문에 이 같은 공적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2014년 5월 6·25전쟁 참전용사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 받으며 뒤늦게 인정받았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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