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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업의 무형적 가치, 당연함에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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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칼럼에서는 원가 절감만이 능사가 아니라 타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무형적 가치를 통해 경쟁 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수업에서 하면 꼭 한두 명의 학생들은 손을 들고 '그럼 그러한 무형적 서비스는 어떻게 창출하고, 발굴하나요'라고 질문한다. 오늘 칼럼에서는 이에 대한 답을 해보려 한다.


일본 리카대학의 카노 교수는 제품의 개발과 관련된 카노 모델이라는 이론을 주창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에는 여러 요소들이 있는데, 크게 당연 품질 요소, 일차원적 품질 요소, 매력 품질 요소로 나눌 수 있다. 당연 품질 요소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품질이고, 일차원적 품질 요소는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족하는 일반적 품질이라고 할 수 있으며 매력 품질 요소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품질로 전술한 기업의 무형적 가치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카노 모델은 소비자의 목소리(VOC:Voice of Customer)를 분석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지만 필자는 이 이론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매력 품질 요소가 영속적이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는 것이라고 봤다.

필자는 대학 시절 민들레 영토라는 카페를 자주 이용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학가를 휩쓴 이 카페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존 한국 카페에서는 쓰지 않던 독특한 전략을 사용했다. 주문을 받을 때 무릎을 꿇고 받는 퍼피독(Puppy dog)서비스, 차를 판다기보다는 시간을 판다는 독특한 콘셉트, 무한 리필 음료, 컵라면 제공 등 기존 카페와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하지만 이제 카페에서 더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어린 세대들에게 맞추어 계산은 키오스크가 대신하는 형태로도 발전하는 등 과거 민들레 영토가 가지고 있던 매력 품질 요소는 그 기능을 잃었다. 매력 품질 요소가 일차원적 품질 요소나 당연 품질 요소로 변한 것이다. 이는 기업이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힘 쓰고 투자하는 이유와도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매력 품질 요소는 어떻게 개발하는가.


해외에 나가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타서 이륙 전 우리는 승무원의 시범과 함께 안전 영상(safety video)을 의무적으로 시청한다. 계속해서 대기하는 비행 일정에 이 시간은 정말 지루하지만 고객 만족이 목적이 아니라 고객 안전을 위해 항공사는 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고, 고객 역시 별다른 기대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일반적 품질을 가지고 있던, 어떻게 보면 서비스로 보기도 힘든 이 안전 영상을 완전히 바꿔버린 항공사가 있다.

지금은 알래스카 항공과 합병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버진아메리카 항공사가 그 주인공이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친구가 보내준 이 회사의 안전 영상을 보고 필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이 영상은 해당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에 충분했고, 합병으로 브랜드가 없어진 후에도 현재 유튜브에서 1300만뷰 이상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가 식지 않았다.


안전이라는 기본적 품질 요소, 누구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고 관련 법률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항공사와 지루한 시간이라 기대하지 않던 소비자들은 모두 이 영상을 통해 필자와 같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으리라. 이처럼 무형적 서비스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기대하지 않는 일반적 당연한 것들을 찾아보자. 그것이 정말 당연한지 되물어보자. 무형적 가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바꾸어보자.


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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