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그리고 다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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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한반도에 삭풍이 가고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 후인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다. 치열한 줄다리기와 예상보다 긴 실무회담을 거쳐 약 9개월 만에 만들어낸 반가운 소식이다.


북한과 미국의 실무자들이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조바심이 커졌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도 고질병인 '열패감'이 때론 엄습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일정 발표는 입춘에 내린 단비에 긴 겨울 가뭄의 고비를 넘겼듯 안도감을 선사했다.

이번엔 이정표로 삼을 만한 질적 성과가 필요하다.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었던 첫 번째 정상회담과 달리 과거보다 완화된 긴장관계에서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협력 구체화 등 손에 쥘 수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먼 '추상적 통일'보다 가까운 '비가역적 평화'가 목표인 만큼 이제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넘지 못했던 능선을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그간 미온적이었지만 북한의 변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화답이 절실하다. 중국과 무역 분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일방주의가 걱정이지만, 이번 미국의 상응조치가 잘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최선의 전략으로 꼽혀온 '팃포탯(Tit for tat)'의 모범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이 전략은 협상을 벌이는 상대가 서로 신뢰하고 협력할 때 최선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간명한 원리를 담고 있다. 한국의 중재로 북한이 먼저 손을 내민 만큼 미국의 선택만 남았다.

'운전자론'을 앞세운 한국의 역할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다음 단계가 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다자간 평화 협정과 종전선언 등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대담집 '담대한 여정'에서 가장 현실적인 목표를 밝혔다. "지금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북한 핵과 미사일이 없어지고 북ㆍ미 수교가 이뤄지며, 한반도에 관한 남ㆍ북ㆍ미ㆍ중 평화협정이 체결된 모습이다."


다행히 55시간 평양 실무협상을 이끈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행보는 한국을 빼고 북한과 미국이 중심이 되기 일쑤였던 과거와 확연하게 달랐다. '보텀업' 대신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된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단지 염원만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을 터다.


이제부턴 실전이다. 지나친 감상주의와 더불어 터무니없는 비난의 목소리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 "판이 바뀌었고, 평화와 번영은 대통령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만드는 것(대담한 여정 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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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오고 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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