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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년들의 창농(創農) 붐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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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5년 동안 젊은이들이 제주로 몰려왔다. '핫 플레이스'라는 월정리, 사계리 등 신흥 상가 지역에 둥지를 틀거나 해안가 살림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는 붐을 일으켰다. 제주 유입 인구는 2014년 1만1112명으로 1만명 시대를 열면서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2016년 1만4623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17년 3분기에는 30대가 1262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404명이었다. 20, 30대 청년층 유입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호남지방통계청의 자료다.


이때만 해도 유입 인구의 증가가 일시적 사회현상이 아니라 청년층이 주도하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으로 보였다. 이른바 '오키나와 대거 이주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를 '테스트 베드' 삼아 실현되는 전조로 읽혔다.

최근 일본 본토에서 오키나와로 이주하는 인구가 연평균 약 2만5000명에 달하는데 이주민의 핵심 연령대도 20~40대로 젊다고 한다.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고 임금은 가장 낮은 곳이다. 제주 또한 청년 취업률과 소득 면에서 전국 대비 하향세를 면치 못하는 지역이라 '오키나와 대거 이주'와 닮은꼴로 보였고, 경제적 풍요가 정신적 풍요와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력한 지표로 읽혔다.


때마침 호주에서는 '하향 이동'으로 풀이되는 '다운 시프팅'이 반향을 일으켰다. 자발적으로 업무량을 줄여 자유시간을 늘리는 '다운 시프팅'은 예컨대 노동자가 한 주에 3~4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정과 지역사회 활동에 할애하면서 자신의 내적 성찰과 자기계발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최근 10년간 30대 인구의 25%가 이 흐름에 동참했다. 직장과 기타 생활의 균형을 모색하는 '포스트 직장 시대의 개막'으로도 표현되는 이 흐름의 다른 이름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제주에서는 외부 유입 청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듯하다. 이를 두고 중국 관광객의 급감으로 인한 제주 관광산업의 침체와 그에 따른 숙박업의 몰락, 지역사회와의 불화에 따른 피로감과 소외감, 지원정책의 실효성, 교육ㆍ의료ㆍ복지 시스템의 열악함 등등 여러 원인과 대안을 말하는 목소리도 늘어났다. 결국 청년층의 제주 이주 붐은 '다운 시프팅'이나 '워라밸'류의 새로운 조류가 아니라 '한 달 살기 열풍의 연장선에 그친 것이나?'하는 안타까움마저 든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청년층의 '이도향촌'을 말하면 여전히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청년의 농업창업, 이른바 '창농'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자는 것이다. 청년 창농을 위한 정책지원 기조는 '반농반창(半農半創)'의 개념에서 기틀을 세웠으면 한다. 반농반창은 '농업에만 전적으로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만족도를 높이는 창의적인 일에 반, 농사일에 반을 할애하는 생활방식이자 철학'이다. 다시 말해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채택이다.


청년의 농업창업은 이제 '기술+여유자금+시간'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는 경제 프리즘을 뛰어넘어 인문학, 그것도 생활철학의 대전환이라는 자산이 중요하다는 것을 멘토링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요컨대 청년 창농이 불길처럼 일어 활력을 잃어가는 초고령사회 농촌지역에 젊은이가 돌아오고 우리 농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살아나는 황금돼지해가 되기를 바라며 농업정책 주무부처와 전문가들의 발상전환을 기대해본다.


정희성 시인ㆍ제주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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