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이선애 기자, 조목인 기자, 최신혜 기자] 설 명절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주말. 칼바람 속에 찾아간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은 매서운 한파보다 더 극한의 체감경기 앞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명절 체감경기는 예상보다 더 바닥을 보였다. 백화점 직원부터 전통시장 상인까지 '최악'이라고 꼽았던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한파와 미세먼지 등으로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면서 "내수가 죽었다"는 자조섞인 한숨만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26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건강 선물세트 판매 코너. 사람이 별로 없다.

26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건강 선물세트 판매 코너. 사람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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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할인에도 안 팔리는 백화점 선물세트="이거 44만원짜리 한우 세트인데 33만원에 주고 3만원짜리 상품권도 얹어줄게. 인터넷에서 얼마 보고 왔어? 그 가격에 맞춰줄 수도 있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지하 설 선물세트 판매 코너에서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우, 과일, 건강식품 등 선물세트들이 곱게 단장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구경을 하거나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우 선물세트 판매장에서 만난 직원 박정순(56ㆍ가명)씨는 "법인고객이 100세트 정도 주문한 것 말고는 개인 고객은 확 줄었다"고 토로했다.


인근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사정도 비슷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설 선물세트 판매코너에는 직원 숫자가 손님보다 많았다. 과일세트를 보고 있던 주부 한아영(34)씨는 "과일 개수가 생각보다 적다"면서 "차라리 마트에 가서 저렴한 걸 둘러봐야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이날 오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역시 설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원래 100만원짜리였다는 송이버섯 세트는 절반도 안되는 45만원에 나왔지만 구경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손님이 없는 매대마다 직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서울 반포동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푸드코트에만 손님이 대거 몰려있었다. 푸드코트에서 만난 장종진(45)씨는 "부모님께 드릴 선물은 인터넷에서 이미 구매했다"면서 "워낙 경기가 어려워 지난해부터 백화점보다 저렴한 온라인몰을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26일 이마트 신도림점의 김, 멸치 등 설 선물세트 매대 앞이 한산하다.

26일 이마트 신도림점의 김, 멸치 등 설 선물세트 매대 앞이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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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용품 너무 비싸다", 대형마트 매대에서 울상짓는 고객들=평소 주말보다 사람이 더 몰린 대형마트에선 소비자들의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과일, 채소, 고기, 생선 등 차례상에 올릴 차례용품 가격이 모두 치솟았기 때문이다. 채소나 과일, 고기 매대 앞에선 카트에 실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주부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대부분 할인 상품만 카트에 담는 모습이었다.


지난 26일 오후 롯데마트 구로점 생선 코너에서 만난 주부 김정례(52)씨는 "올해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보다 무조건 더 들 것"이라며 "물가가 너무 올라 가족이 먹는 음식 수를 줄여야 될 지경"이라고 한숨지었다. 과일 매대 앞에서 서성이던 주부 최인주(48)씨도 "딸기 한 팩에 7000원가량 하니 살 엄두가 안 난다"면서 "물가가 너무 올라 최소한의 장만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설 선물세트 매대 앞에선 손님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5만원대 정도의 홍삼이나 과일 선물세트 매대 앞에서는 직원들만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설명하기 바빴다.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김대섭(62)씨는 "사과와 배로 구성된 상품이 많아진 것 같은데, 개당 5000~1만원꼴로 가격이 만만치 않아 부담스럽다"며 "조금 더 저렴한 선물을 살펴봐야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같은 날 오후 9시에 방문한 이마트 신도림점의 상황도 마찬가지. 수산코너 앞에선 '물가안정 상품'으로 신문에 광고된 한 마리 3300원 갈치와 5마리 9900원짜리 명태코다리 할인상품을 집으려는 고객들이 만원을 이뤘다. 정육코너 역시 가격이 저렴한 제품만 팔려나갔다. 매장 가운데 김, 멸치, 인삼 등 선물세트 매대가 들어서 있었지만 담당 판매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바로 옆 과일 선물세트 매대 역시 썰렁했다. 과일 선물세트를 둘러보던 주부 김지연(38)씨는 "과일가격이 너무 올라 설 선물로 챙기는 것은 물론 받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26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생선골목. 건너편 먹거리 골목은 사람이 북적였지만 생선골목은 추운 날씨에 인적이 뜸하다.

26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생선골목. 건너편 먹거리 골목은 사람이 북적였지만 생선골목은 추운 날씨에 인적이 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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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ㆍ추위에 서러운 전통시장…손님 발길 '뚝'=같은 날 오전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은 설 명절을 앞둔 주말이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웠지만 몇몇 가게는 아예 문도 열지 않았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김성남(62ㆍ가명)씨는 "시장 내에 천장이 있어서 비는 피할 수 있지만 미세먼지와 추위는 막을 수가 없다"며 "하루 종일 문을 열고 장사하는 상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라고 울상지었다. 인근에서 채소를 파는 최인순(70ㆍ가명)씨도 "밖에 있다보니 춥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아예 사람구경조차 어렵다"고 읍소했다.


아현시장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살고 있다는 신정순(67ㆍ가명)씨는 "가벼운 먹거리는 아현시장에서 사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온라인과 근처 대형마트를 이용한다"며 "최근 사람이 없기는 하지만 명절 직전의 주말에는 급한대로 시장을 찾기는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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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찾은 서울 중구의 남대문시장은 아현시장보다는 한결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손님들은 추운 날씨에 속도를 내며 제 갈길만을 갈 뿐 가판대의 물건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가장 활기찬 곳은 먹거리 골목. 하지만 마주 보고 있는 생선 골목은 마포의 아현시장보다도 사람이 더 없어보였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박현미(46ㆍ가명)씨는 "날씨가 춥고 미세먼지가 심해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꺼리고 있어 시장에도 손님이 없다"며 "생선은 생물이니만큼 명절이 임박해서야 손님들이 찾을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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