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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미세먼지 테이블' 앉기도 전에 신경전

최종수정 2019.01.22 11:09 기사입력 2019.01.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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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하겠다" vs "맹목적 탓하기 안돼"…환경협력회의 앞두고 첨예한 입장차

한-중 '미세먼지 테이블' 앉기도 전에 신경전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한국과 중국 간 환경 협력회의를 앞둔 양국이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를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가 "맹목적으로 (중국을) 탓하기만 하다가는 미세먼지를 줄일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한국 정부는 "할 말은 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북반구에서 편서풍이 불고, 특히 가을과 겨울 한국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은 상식"이라며 "곧 열리는 양국 간 회의에서 중국 측에 할 말을 세게 하겠다"고 말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지난 15일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환경보건센터 설립 양해각서 서명식'에서 "최근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아시다시피 국내발도 있지만 국외발도 상당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강경 입장은 최근 최악의 미세먼지를 겪으면서 여론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미세먼지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 미세먼지 관련 청원이 크게 늘었으며 야권에서는 "정부가 우리나라의 주요 미세먼지 기여국인 중국에 책임조차 제대로 묻지 못하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환경부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회의 테이블에 앉기도 전부터 미세먼지에 책임이 없다며 선수를 치고 있다. 류빙장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국 국장은 21일 월례 브리핑에서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영향을 준다고 맹목적으로 탓하기만 하다가는 미세먼지를 줄일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류여우빈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주장한 이후 또다시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중국은 대대적 대기오염 감소 조치를 내놓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오염물질이 40% 이상 개선됐지만 한국의 공기 질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조금 나빠졌다고 류 국장은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공세 대응에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상식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가 핵심 관건"이라며 "객관적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국이 외교 관계도 맞물려 있는데 네탓 내탓 따지는 듯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 협력해 같이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측 발언에 대해선 "모든 걸 중국 탓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언론과 여론 분위기가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도 자기네 영향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경부와 외교부에 따르면 22일부터 한국과 중국 간 대기, 수질, 토양 등 환경분야의 주요 현안과 관심 사항에 대해 논의할 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ㆍ중 환경협력 국장회의와 한ㆍ중 환경협력센터 운영위원회가 열리고, 23일과 24일에는 한ㆍ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가 개최된다. 매년 열리는 국장회의와 공동위는 각각 환경부, 외교부 국장급이 대표로 참석해 중국 측과 환경분야 현안을 논의하고 운영위는 지난해 6월 개소한 한ㆍ중 환경협력센터의 업무계획과 운영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환경협력 국장회의ㆍ공동위원회는 양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기질 문제와 관련해 한중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환경협력회의 이후 양국이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지 못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24일 오전 중에 외교부와 환경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회의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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