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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게임③]"흥행작 우려먹다 망한 日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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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90년대 자기복제형 후속작 난립
'혁신 없는 성장은 실패' 교훈 줘

엔씨소프트 '리니지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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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한울 기자] "지금 한국 게임은 1990년대 일본 게임의 위기 시절과 비슷하다. 새로운 게임을 발굴하기보다는 기존 게임의 속편을 내는 데만 매달리고 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의 은퇴 선언을 계기로 국내 게임의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성공의 딜레마'에 빠진 게임 업계의 내부 자세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성공한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것으로 실패의 부담을 줄이려다보니 익숙한 스토리와 캐릭터들이 남발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창의성의 고갈로 이어지면서 한국 게임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1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일본의 '시리즈화' 현상이 국내에서 재연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익숙한 성공에 의지해 새로운 도전을 주저했던 당시 일본의 퇴행적 그림자가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게임 업계에 드리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게임 최강국이었다. 미국 게임산업이 침체기였던 1980년대 등장한 일본 닌텐도와 세가의 비디오 게임기는 대박을 터트렸다. '슈퍼마리오브라더스' '젤다의전설' '파이널판타지' 등 지금도 인기가 있는 명작들은 대부분 그 무렵 등장했다. 1985년 출시된 '슈퍼마리오브라더스'는 세계적으로 4000여만장이 판매됐다.

하지만 큰 성공은 부작용도 불러왔다. 1990년대 일본 게임사들은 새로운 작품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게임의 형식과 내용을 거의 그대로 계승한 후속작을 내놓으며 안정적 경영을 추구했다. 1987년 첫 출시된 파이널판타지는 이후 1~2년 간격으로 계속해 '자가 복제형' 후속작을 내놨다. 젤다의전설, 드래곤퀘스트 등 다른 흥행게임들도 마찬가지였다.
온라인 게임이 보편화되는 2000년대가 되자 일본 게임은 결국 위기를 맞았다. 일본 기업들이 콘솔게임 위주로 보수적 개발을 해왔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시장 초창기에 서비스된 게임 대부분이 다중접속온라인(MMO)게임이었는데 한국 게임이 주류를 차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일본에서 서비스되던 MMO 게임 중 60%가 한국 게임이었다. 그렇게 일본시장을 장악했던 한국 게임도 창의적 도전을 주저하면서 '일본식 게임 실패'를 따라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숭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우리 게임 산업은 혁신성이 많이 저하된 상태"라면서 미국 '아타리 쇼크'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타리 쇼크는 1970년대 세계 최초의 비디오게임을 만든 아타리를 비롯한 미국 게임업계가 질적 성장은 뒤로 한 채 양적 성장에만 집중하다 1980년대 산업 주도권을 일본에 내준 사건을 일컫는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제쳤던 일본, 그리고 일본을 제쳤던 한국 게임이 '혁신 부재'라는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출시된 주요 게임사들의 신작 중 상당수는 기존에 존재하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했다. 본지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넥슨, 넷마블 , 엔씨소프트 가 출시한 신작 74종을 분석한 결과 이 중 44%인 33개가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조사됐다. 한동숭 교수는 "한국 게임업계는 MMO 게임에 필요한 서버를 구축하는 능력, 개발 속도 등 기술적 강점이 있었지만 이것들은 이미 텐센트 등 중국 업체들에 추월당한 상태"라며 "창의적 게임을 기획해 승부하지 않으면 성장 절벽에 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한울 기자 hanul0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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