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시작된 양승태 소환조사…‘밤 늦게, 주말까지 계속’(종합 2)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송승윤 기자, 이기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9시2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출석에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이 30여년간 근무했던 대법원 앞에서 간단한 기자회견을 갖고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초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현관에 포토라인을 설정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를 거부하고 중앙지검 청사 서쪽 8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는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찰청 현관 앞에도 별도의 포토라인이 따로 유지됐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청 포토라인에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기간 일어난 일로 국민들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 “여러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 참으로 참담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모든 것은 제 부덕의 소치”여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관련 법관들은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저도 믿도 있다”면서 “법관들을 믿어 달라”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자회견 내내 여러차례 “편견과 선입견 없이 보아 달라”는 말을 반복해 자신을 향한 혐의와 의심에 대해 억울함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오늘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앞 기자회견은 법원노조의 반대와 민중당과 시민단체의 항의 속에 다소 소란스럽게 진행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대법원 기자회견장 부근에는 50여개 언론사 취재진을 제외하고도 천여명의 시위대가 몰렸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도중에 구호를 외치거나 거친 비난을 쏟아냈고 이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의 발언이 중간중간 끊기거나 전달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법원노조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대법원 정문 경비실 지붕 위에 올라가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는 요구가 담긴 플랜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법원 앞 기자회견을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차량편으로 길 건너편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한 다음 곧바로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밤늦게까지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심야조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검찰관계자는 “조사할 내용이 많다”면서 경우에 따라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까지 출퇴근 방식으로 조사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사법농단'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아무말 없이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사법농단’ 사태의 최정점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피해자들의 이 일본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요구를 받고 기존 원고승소 판결을 뒤집기 위해 부당한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재임기간 내내 상고법원을 추진하면서 이에 반대한 판사들이나 진보성향 판사들을 사찰하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사불이익을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히, 상고법원 설치에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전교조 법외노조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등에서 당시 정부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도록 부당한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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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청와대에 관련 법리를 자문하거나 헌법재판소 심리진행 경과 등 핵심기밀을 빼내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헌법재판소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직위 확인소송에서 담당 재판부에 헌재의 결정을 인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압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헌재에 파견된 법관을 통해 평의 등 주요정보를 빼낸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 비리혐의로 수사를 받는 법관과 관련된 재판에서 재판결과와 진행에 개입한 의혹과 법원 공보실 예산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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