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2009년 1센트의 가격으로 세상에 등장한 이후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각광받으며 불과 10여년 만에 2만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시장규모로만 보면 삼성전자나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니 가상화폐 시장의 기축통화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리스크에 노출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지금의 비트코인 신드롬은 '인간이 미칠 때는 집단으로 미치고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는 한명씩 돌아온다'는 어느 군중 심리학자의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투기심리 조장, 폰지게임에 가까운 채굴다단계 사기,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등 온라인을 매개로 한 신종 투기판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가상화폐가 상품이냐 화폐냐'와 같은 담론 수준의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비트코인이 위험한 것은 그 내재가치(Intrinsic Value)를 가늠하기 어려워 시장 참여자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Unknown Unknown)'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버블의 생성-소멸주기(boom-burst cycle)로 보면, 자산버블은 그 자산의 본질 가치에 수렴하기 마련이다. 일례로 '튤립의 아름다움에 주관적인 가치를 부여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도 아름다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튤립의 가치는 결국 튤립에 수렴한다는 것'이 버블경제학의 고전인 '튤립버블'에서 배운 교훈일 것이다.
또한, 비트코인이 버블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징후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공급충격으로 인한 가치 상승(디플레이션 항존 가설)에 대한 자신의 상식과 지식을 본격적으로 검증하는 구간에 놓여 있다. 즉, 비트코인 생산량(2100만 BTC)의 80% 이상이 채굴돼 투입-산출의 한계효용이 감소하는 채굴반감기에 진입함에 따라, 채굴 장비와 전력 소비가 증가할수록 채굴량은 오히려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간 투기적 수요를 견인해온 가상화폐 엔진의 연비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본질가치는 글로벌 산업질서 재편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의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잠시 스쳐가는 투기적 바람으로 폄하할 수만은 없다. 4차 산업혁명의 대응력 제고 관점에서 보면, 가상화폐의 경쟁 우위 원천인 블록체인 기술은 산업이나 정부의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비트코인이 마치 야생마처럼 기존의 금융질서를 흩트리며 새로운 금융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술융합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산업의 초기 국면에서 발현하는 부작용에 매몰되기 보다는 중장기 산업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트코인 열풍을 규제로만 제어하려는 접근은 오히려 신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고사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미성년자나 외국인의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조치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정책의 효과성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기는 어렵다. 기존의 규제 틀로는 가상화폐를 둘러싼 리스크를 정책으로 녹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전략을 중심으로 시장안정화 조치, 산업 특성을 고려한 규제정책, 제도개선 및 보완 등의 정책 조합을 통해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구조조정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업정책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의 틀 안에서 블록체인 등 기반 연구 지원, 가상화폐 산업분석, 글로벌 규제 패러다임 등 제반 여건을 위한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시장안정화 조치는 상호작용을 통해 비트코인 거래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시장ㆍ규제간 동태적 피드백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제도개선이나 규제를 통해 자금세탁(Money Laundering), 세금탈루(Tax Evasion) 및 해외 자금유출 등의 불법적 자금거래 채널을 철저히 관리하고, 추진 정책의 효과성 검증을 위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도 재구축돼야 한다. 아울러 핀테크기법 고도화로 인해 파생되는 규제 사각지역에 대한 사전 관리 기능도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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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아날로그 정책으로 디지털산업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란 미션임파서블에 가까울 것이다. 기술환경 변화로 인한 시장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정책 역량이 한 차원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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