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너무 시려 자다가 자주 깨요"
성탄절,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흔한 캐럴 소리 없이 적막감만
보일러 안 들어와 방안은 '썰렁'…일용직 일거리도 없어 한숨만
"하루만이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성탄절이었던 25일, 쪽방촌 주민들은 몸도 마음도 시린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최대 쪽방촌인 거주민 1000여명의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은 지나다니는 사람 없이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빈 컵라면 용기와 막걸리병만 종종 눈에 들어올 뿐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추운 날씨 탓에 실외의 공동 부엌에 놓여 있는 그릇엔 살얼음이 껴 있기도 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을 나서던 주민 구모(63)씨는 "수도가 얼었는지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며 "외부 공중화장실로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씨는 "방에 보일러는 안 들어오고, 전기매트를 사용해도 얼굴이 너무 추워 자다가 수시로 깬다"고 전했다.
겨울은 쪽방촌 주민들에게 큰 시련이다. 구씨의 방처럼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 대다수일 뿐만 아니라 건물이 오래된 탓에 바깥의 찬바람이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오는 등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또 겨울엔 일용직 일거리도 줄어들어 수급비만으로 버텨야 하는 날이 많아 하루하루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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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술을 더 찾게 된다는 주민 박모(54)씨는 "몸이 성하지 않기도 하지만 겨울이면 일거리가 반으로 뚝 떨어져 집에만 있게 될 때가 많다"며 "일은 없고, 밖은 춥다 보니 집에서 술만 찾게 된다"고 얘기했다. 인근에서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한 한 상점 주인은 "쪽방촌 사람들이 술 마시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겨울이면 술을 더 찾는데 안쓰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연말 사람을 향한 그리움은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쪽방촌 주민들을 힘들게 한다. 15년 전 사업에 실패한 이후 홀로 쪽방 생활을 하고 있다는 노모(53)씨는 "오전에 봉사단체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라며 찾아와 겨울 용품들을 전해줬다"며 "정말 고맙지만 한편으론 매우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씨는 "하루만이라도 사람답게 살다 가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서울시는 겨울철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을 시작했다. 시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보일러 동파 등으로 난방이 안 되는 주민을 일시 보호하기 위해 '쪽방촌 응급구호방'을 운영한다. 이 밖에도 겨울 방한용품 전달, 주민 건강관리 등을 지원한다. 시 관계자는 "겨울철 쪽방촌을 비롯해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다각도로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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