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취약 공화국]<중>문재인 정부, 첫 단추 잘못 꿰었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정권'을 표방할 정도로 안전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가 재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포항 지진, 영흥도 낚싯배 사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에서 이전과 달리 정부의 빠른 대응과 후속 대책을 진두지휘하는 등 한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내 안전 총괄 부처를 축소해 재난 대응ㆍ예방 능력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집권세력의 의지와 달리 정부 부처ㆍ지자체ㆍ일선 현장 등은 여전히 재난 사전 예방ㆍ투자, 제도 개선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안전처 해체를 둘러 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안전처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후 대책 차원에서 당시 안전행정부의 안전 행정ㆍ정책 부서,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을 각각 합쳐 출범시켰다. 현 정부 들어 경주 지진 긴급재난문자서비스 혼란 등 "제 기능을 못했다"며 '적폐'로 간주돼 해체됐다. 당시 야당은 이에 대해 "대국민 안전 기능 축소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여당 내에서도 해체가 정답이 아니라며 '국민안전부'로 확대한 후 소방청ㆍ해경청을 독립시켜 산하에 배치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재난 재해 때마다 청와대가 정면에 나서 대응하자 해당 구조 당국ㆍ지자체들의 손길이 빨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긴급 사태에 콘트롤타워 역할은 할 수 있어도 평상시 270여개 법률에 따라 각종 분야에서 재난ㆍ안전을 예방하고 관리ㆍ점검하는 일상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나마 세월호 참사 이후 탄생한 안전처는 재난ㆍ안전관련 예산 사전 협의권 등을 무기로 해당 부처들을 관리ㆍ점검하는 한편 기획재정부, 국회 등을 통해 예산 확보ㆍ제도 개선 등에 나름 성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차관급 격하 후 위상ㆍ역할이 급격히 추락한 '재난안전관리본부'는 사실상 행안부의 일개 부서 역할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신양재나들목 버스 운전사 졸음운전 사고 이후 종합안전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예산 등의 뒷받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 관계자는 "대책을 주도하는 실무 책임자가 기재부 출신인데 사고 예방을 위해 교통범칙금 또는 유류 교통세 등에서 특별회계를 신설해 예산을 충당하자는 의견을 번번이 묵살하고 있다"며 "기재부의 눈치를 보는 경찰청이나 국토교통부에서도 소극적이라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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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안부 내에서도 안전업무가 행정업무와 자치업무에 종속되고 재난안전업무에는 소홀해져 재난대응 능력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차관급'인 류희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의 호칭에 대해서도 처음엔 '안전 차관'으로 했다가 이후 '차관' 호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에 바뀌었다는 말도 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현대 행정 조직에서 어떤 정책의 실행력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예산', '조직', '제도'가 핵심"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안전 분야에서는 이 세가지 모두가 별다른 개선이 없거나 오히려 후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현장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같은 인구수 대비 서울에 비해 이번에 대형 화재 참사가 일어난 제천 지역 소방관수가 절반에 불과한 현실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제천 화재에서)그만한 건물에서 공익근무요원을 포함한 13명이 불을 껐다는 게 말이 되냐"며 "정부 조직이 시급히 실용적ㆍ합리화돼야 하고, 소방조직의 대도시ㆍ지방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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