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뉴욕 김은별 특파원]일본 정부가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20%까지 낮추기로 한 것은 31년 만의 최대 규모로 감세 조치를 추진 중인 미국의 영향이 크다. 당장 내년부터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밑돌 것이 기정사실화되며 '법인세 역전 현상'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본으로선 수출입과 해외 기업 유치에 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감세안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상원을 통과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초 일본 정부가 기업의 세 부담(실효세율)을 25%까지 낮추는 방안을 논의해왔으나 글로벌 움직임을 감안해 감소 폭을 확대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감세안 통과가 다른 경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감세안은 현행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미 상원은 11시간에 가까운 회의를 거쳐 찬성 51표, 반대 49표로 세제개편안을 가결했다. 향후 10년간 약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덜 걷게 된다. 상원의 법안에는 오바마 케어의 근간인 건강보험 의무가입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미 영국ㆍ프랑스 등은 법인세 인하 움직임에 발맞추고 있다. 영국은 1980년대 중반 52%였던 세율을 올해 19%까지 낮춘 데 이어 2020년엔 17%로 내리겠다는 목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행 33.3%인 법인세율을 자신의 임기인 향후 5년간 25%까지 단계적으로 내리겠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주요국의 연이은 움직임이 추가 도미노 현상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세계 최대 경제국의 조세정책이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즉각적으로 미국의 감세 조치를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흐름과 정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나 홀로 법인세율 인상'에 나서 기업의 해외 이탈,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당장 내년부터 미국과는 법인세율 역전 현상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여당이 주장하는 정부안대로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현행보다 3%포인트 인상한 25%를 적용할 경우 세율 격차는 최대 5%포인트 상당으로 확대된다. 이 경우 129개 글로벌 대기업(2016년 기준)은 연 2조5500억원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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