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허리케인이 불러온 정유업 '中 리스크'
중국 국영 정유사, 미국 허리케인 계기로 정부에 수출쿼터 늘려달라고 요청
중국 석유수출 늘리면 아시아 시장서 9월부터 한 vs 중 수출 전쟁 치열해져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올해 4분기 중국의 석유 수출이 늘어나면서 하반기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을 전망된다. 특히 올해 중국이 수출량을 줄이는 바람에 반사이익을 누렸던 국내 정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4일 정유업계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 정유사들은 정부에 4분기 연료 수출 한도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에 부응하기로 한 중국 정부는 이달 안에 4분기 수출 한도량을 발표하기로 했다. 시노펙ㆍ중국해양석유총공사ㆍ중국중화그룹 등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수출 한도를 대부분 소진했다. 그러나 중국 정유사들도 손에 다 잡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허리케인 하비 탓에 미국 내 정유사가 가동을 멈추면서 생산능력의 20%가 줄었다. 이에 따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항공유를 공급할 수 있는 창구가 열렸다. 여기에 지난달 유럽 로열 더치 셸과 GS칼텍스 공장의 화재로 공급 차질 우려까지 더해졌다. 그 결과 정유사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휘발유, 경유 등 제품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비 등을 뺀 금액)은 고공행진 중이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8.4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국 정유사들이 지금 당장 수출량을 늘리고 싶어 하는 이유가 한 두 가지가 아닌 셈"이라며 "'미국에 수출 해야한다'는 구실로 쿼터 상향 요구를 하고 있지만 결국 중국 수출 물량이 풀리면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유사들과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간 수출 한도량을 대폭 줄여왔었다. 지난해 1~3분기까지 수출 한도량은 4200만t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 2200만t에 그쳤다. 중국 덕분에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웃을 수 있었다. 상반기에도 국내 정유사들은 수출 신기록을 세웠다. 대한석유헙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 1~6월 사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 늘어난 2억2899만 배럴을 수출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수출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하면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 돼 정제마진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라며 "미국 허리케인이 국내 정유업계에 호재라는 평가가 많지만 결국 강력한 경쟁상대인 중국 정유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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