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화재가 호재로…정유·화학 3분기 실적 반전

태국 홍수로 천연고무 수급 차질…대체제 부타디엔 31.9% 폭등
유럽 로열 더치 셸·GS칼텍스 공장 화재…정제마진 배럴당 8.4달러 최고치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전 세계 곳곳에서 화재와 홍수 등의 재해가 발생하면서 8월들어 주요 정유화학 제품값이 뛰고 있다. 이에 따라 2분기 잠시 주춤했던 정유화학업계 실적이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정유사의 실적 지표인 정제마진은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주요 화학제품 가격은 8월 초 대비 현재 20~30%씩 올랐다. 정유화학업계 관계자는 24일 "3분기는 석유화학업계의 비수기임에도 재해로 인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호재로 작용됐다"라며 "3분기 실적은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우기에 들어선 태국에서 대규모 홍수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고무 생산량 1위 국가인 태국에서 천연고무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대체제인 합성고무의 원료인 부타디엔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 일주일 사이 t당 910달러에서 1200달러까지 31.9% 올랐다. 부타디엔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 금호석유화학이 생산하고 있다.

부타디엔은 1분기 화학사들의 호실적을 이끌었던 제품 중 하나다. 올해 1월에 t당 3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분기에 3분의 1토막 났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중국의 교체 타이어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중국의 합성고무 재고는 줄어들고 있어 당분간 부타디엔 가격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제마진은 화재 때문에 고공행진 중이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 경유 와 같은 제품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비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번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8.4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1월에서 7월까지 5~7달러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8월 들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고점 수준까지 정제마진이 상승한 것이다.

이는 이달 초 유럽 최대 정유공장의 로열 더치 셸 공장 화재 때문이다. 하루에 4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공장에서 불이나 가동이 중단되자 세계적으로 공급 차질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GS칼텍스 여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시아권 내 공급 차질이 우려가 빚어졌다. 이에 따라 제품 가격이 오르며 정제마진도 뛴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연말에는 그 동안 호황 때문에 정기보수를 미뤄뒀던 세계 주요 정유사들이 가동을 멈추고 보수에 들어가 공급이 여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정제마진 추가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다. 에틸렌 가격 역시 7월 t당 960달러에서 이달 1233달러까지 한달만에 20% 뛰었다. 셸의 화재 영향과 아시아 에틸렌 생산 공장들의 정기보수 덕분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2분기 대비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일제히 올랐다. 증권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은 4212억원에서 8041억원, 에쓰오일은 1173억원에서 4044억원, 금호석유화학은 442억원에서 505억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LG화학은 2분기와 비슷한 710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