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모든 인간이 똑같은 시간에 식사를 같이한다면, 그러니까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북한, 나이지리아의 아이와 여자, 그리고 노인도 빠짐없이 같이 식사한다면, 음식의 열기와 뿜어 나오는 수증기,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 쇠붙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손으로 음식을 집을 때마다 흐느끼는 알맹이들, 쇠붙이가 밀림을 자르는 톱과 불도저처럼 굉음을 울리고, 왁자지껄 수다에 소곤거리는 소금과 모든 인간의 입들이 벌어지며 꿀꺽거리는 소리, 그 사이에 울고 웃는 소리, 그러는 동안 음식들은 몸속에서 춤을 추고, 음식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하여 뻥! 하고 폭발이 일어나 지구에 있는 핵폭탄이나 어디에 숨겨진 화생 무기도 한 방에 지구 밖으로 튕겨날 빅뱅이 일어날 것인데!

 저기 있잖아요, 혼자 밥 먹지 마세요

[오후 한 詩] 점심 대폭발/김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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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혼자라고요?
 그럼, 우선 점심이라도 같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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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구의 모든 인간이 똑같은 시간에 식사를 같이한다면" 어찌어찌해서 "지구에 있는 핵폭탄이나 어디에 숨겨진 화생 무기도 한 방에 지구 밖으로 튕겨날 빅뱅이 일어날"지도 말이다. 그러면 만약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시간에 잠을 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잠을 자다 똑같은 시간에 저마다 웅얼웅얼 잠꼬대를 한다면 몇 십억 광년 저 멀리에서도 그 소리가 들릴까? 혹은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시간에 운다면 그 눈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웃음은 전염성이 있다는데 똑같은 시간에 일단 깔깔깔 웃기 시작하면 그 웃음은 언제나 그칠까? 오늘은 혼자 밥 먹지 말고 "지구의 모든 인간이 똑같은 시간에" 게임을 하며 함께 드시는 건 어떨지.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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