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서바이벌]디지털·새 먹거리 '금융빅뱅'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정유년(丁酉年) 주요 금융그룹 최고경영자 신년사에는 '여리박빙(如履薄氷)' '해현경장(解弦更張)' 등의 위기극복을 뜻하는 사자성어가 많이 등장했다.
9년 천하를 이룬 신한금융지주가 새해 벽두부터 최고경영진을 새롭게 구성한 점도 이 같은 위기감에서다. 만년 2위 KB금융지주, 외환은행 합병 이후 완벽한 진영을 구축한 하나금융지주, 민영화에 성공하고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 재도약 원년을 선언한 NH농협금융지주까지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은행업, 비대면 채널서 미래 먹거리 찾는다= 금융그룹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디지털 금융 혁신'을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웠다. K뱅크를 시작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 출범하는 등 금융그룹 주력인 은행업 부문의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아직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기존 은행권 판도를 뒤흔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4차산업혁명 시대로 나가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 진입을 하면 관행이나 프로세스가 바뀌는 만큼, 은행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개선과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미 글로벌 은행권 트렌드는 빠르게 정보통신기술(ICT)과 핀테크(금융+기술)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 위주의 비대면 채널로 변모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선 새로운 제3자 지급결제서비스제공자(TPP)와 계좌정보서비스제공자(AISP) 등이 등장해 계좌를 보유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의 각종 거래에 수반되는 지급결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국내 금융그룹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비대면채널은 대부분 조회업무, 단순거래 등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내 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내외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은행의 현행 수익 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PBR는 2011년부터 1배 수준 이하로 낮아진 후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해 0.5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ㆍ보험 연구실장은 "PER가 하락세를 보인다는 것은 시장 참가자들이 현행 비즈니스 모델을 우려한다는 의미"라며 "비대면 거래 관련 플랫폼에서의 지배력 확보를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산관리, 비은행업 확대 포트폴리오 강화한다= 금융그룹들은 저금리ㆍ저성장 기조 속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자산관리(WM)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관련 분야를 특화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상 고객 기준을 낮춰 서비스를 확대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자산관리 부문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실제 자산관리시장은 2015년 1908조원에서 2020년 4762조원으로 2.5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대표 수익원인 이자수익이 줄어들고 있어 새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며 "자산관리는 향후 몇 년간 크게 성장할 분야로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그룹들은 주력인 은행업 외에 보험, 증권, 카드 등의 비은행업으로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금융그룹들이 경기불황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한 데에는 무분별한 대출 자제도 컸지만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요인도 작용했다.
9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신한지주의 경우 신한카드와 신한생명이 연초 시행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대내외 불안정성 증대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로 대부분 그룹사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됐으나 전년에 이어 실적 개선을 이어갔다. KB지주는 현대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은행 비중이 69.8%에서 60.0%, 비은행 비중이 40.0%에 육박하면서 은행 대 비은행 균형을 맞췄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