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출신 한옥 건축사 다니엘 텐들러 '한옥을 듣다, 전통을 듣다' 강연
전통기술 보유한 장인문화 의미있게 평가
"시대 특징 담은 주거 건축물 보호 절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서울에 있는 한옥은 1만1776채. 지난해 6월 서울한옥자산선언 발표 이후 약 500채가 개보수되거나 신축됐다. 공공재적 가치를 넘어 실제 생활의 공간으로 막 변화하고 있다. 독일인 다니엘 텐들러(36)는 유행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건축사로 꼽힌다. 젊은 건축가 그룹 '어번디테일'에서 도시형 한옥 설계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는 4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 소연에서 열린 '한옥을 듣다, 전통을 듣다' 강연에서 "보전과 일상이 양립하려면 전통건축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옥은 기능에 따른 형태의 변화가 적었다. 변덕보다 지속성을 지향해왔다"면서 "기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텐들러는 "독일은 역사적인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고 보존율도 높지만, 한국의 역사적 건축물은 비교적 적게 남아있다"고 했다. 차이의 원인으로는 전통목수에 대한 개념의 차이를 가리켰다. 그는 "독일은 전통목수와 현대목수의 경계가 없다. 세부적인 분야로서 전통기술을 차용할 뿐"이라면서 "한국은 전통목수와 현대목수가 분리돼 발전했다"고 했다.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요구하는 전통목수는 현대 건축물의 영역에 다가가기 어렵다. 절이나 고궁의 수리로 활동이 제한돼 있는데다 현대목수와 교류할 기회도 거의 없었다.
지난해 6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현대 한옥이 양성화되고 진화할 수 있는 토대를 속속 마련되고 있다. 역사ㆍ문화적 가치를 지녔거나 지역 정체성 형성 등에 이바지하는 건축물을 '우수 건축자산'으로 지정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한옥 설계 및 시공 전문인력 양성 지원 ▲한옥 건축양식 보급 지원 ▲국가한옥센터 설립 등에 나서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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