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잡는 일이 주 업무라고 인식되는 강력부 검사가 자신이 재판에 넘겼던 청년을 '제2의 인생'으로 이끈 일이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부산지검 강력부 소속 서정화 검사(37ㆍ사진)다.
이야기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창원지검 진주지청 소속이던 서 검사는 흉기로 남의 돈을 빼앗은 A씨를 붙잡아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서 검사는 약 2년 전 수형생활 중인 A씨에게 중학교 검정고시 학습서 몇 권을 사서 보냈다. 서 검사는 "A씨와 이따금씩 인터넷으로 서신을 주고받았고 읽을만한 책도 몇 권 보내줬다"면서 "어느 날 A씨가 '검정고시를 보고 싶은데 이 곳에는 마땅한 책이 없다'고 해 학습서를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검사님께서 보내주신 책을 읽으면서 공부해 오늘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봉투에는 A씨가 손으로 직접 쓴 편지도 담겨 있었다.
A씨는 편지에서 "검사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합격증서) 원본을 보낸다"며 이렇게 말하고 "이제는 정직하게 법과 양심을 어기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A씨는 "보잘것 없는 제게 (서 검사가) 도움을 주셨다"고도 했다.
서 검사는 초임 검사 시절부터 소년범들에게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고 느낀 점을 대화로 공유하는 식으로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는 일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A씨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 검사에게 "앞으로는 달라지겠다"고 수 차례 다짐했다.
서 검사는 "일 년 전에 A씨로부터 '내년 쯤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서신을 받았다"면서 "그 말대로 올해 목표를 이뤄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이어 "값진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해줘서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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