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안전에 발목잡힌 한국, 산재 손실 연 20兆
피해자 年 9만명, 사망자도 900명 넘어…중대재해 중 하청근로자 비율 40% 돌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지난 1일 오전 7시27분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지하철 4호선 공사현장. 가스폭발로 현장에 있던 근로자 4명이 숨졌고 10명이 부상했다. 사고를 당한 이들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협력업체인 '매일 ENC'가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였다.
지난달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 숨진 김모(19)씨는 서울메트로 외주용역업체인 '은성 PSD' 직원이었다. 김씨 빈소를 찾은 동료들은 "우리는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구의역 사고와 남양주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산업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세상 밖으로 드러낸 계기가 됐다. 정부와 관련 기관, 정치권 등이 뒤늦게 대책마련을 공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곪은 살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해마다 산업재해 피해자는 9만명이 넘는다. 2013년 9만1824명, 2014년 9만909명, 2015년 9만129명 등이다. 산재를 통해 사망한 이들도 2013년 1090명, 2014년 992명, 2015년 955명 등 해마다 900명이 넘는다.
산재는 안타까운 목숨만 앗아가는 게 아니다. 노동부가 집계한 '산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인 규모다. 2013년 18조 9772억원, 2014년 19조 6328억원, 2015년 20조 3955억원 등이다. 2013년부터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지난해에는 2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산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2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산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하는 산재보상금(직접적 손실)과 근로손실, 기업피해 등 간접적 손실을 포함한 추정치다. 산재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관련 제도가 정비되는 상황에서도 경제적 손실이 증가한 것은 '위험의 외주화'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위험한 작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원청업체는 외주업체(협력업체)에 위험 업무를 맡기고, 관리의 사각지대에 위험이 방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검찰청 공안부(정점식 검사장)는 7일 경찰청, 노동부 등 유관기관과 공안대책실무협의회를 열고 산재 대책을 논의했다. 산재 문제를 놓고 검찰이 '칼'을 빼 든 이유는 '예고된 인재'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중대재해 사망자 중 하청 근로자 비율은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2012년 37.7%, 2013년 38.4%, 2014년 38.6%에 이어 지난해에는 40.2%로 40%를 돌파했다.
검찰은 원청업체의 부실 관리에 철저한 책임을 물어 위험을 방치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7월 울산에서 발생한 가스폭발 사고로 근로자 6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원청업체 법인과 관리자 등 7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파주에서 발생한 질소 질식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사망한 사건에서도 법인과 관리자 등 5명을 기소하는 등 '주요 산재' 사고에서 원청업체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안전조치)에 따르면 사업주는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도록 하고 있다.
폭발성·인화성 물질에 대한 위험과 전기, 열 등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사회 전반에 흐르는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에 경각심을 주고자 위험 사업장에 대한 사전 점검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경찰, 노동부 등 유관기관과 실시간 정보·자료 공유를 통해 산재 발생 시 초동 수사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산재 사고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원청업체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등 일반 예방적 효과를 높일 방침"이라며 "위험을 알면서 제대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