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지하철역 내 에스컬레이터는 519개…제작사는 17개로 비상버튼 위치 통일 안돼…업체 수 줄이는 방안 검토 중이지만 마땅한 대안 없어
[아시아경제 문제원 수습기자] 수도권 1~4호선 지하철역에 있는 에스컬레이터 비상정지 버튼의 위치가 각기 달라 긴급상황 시 제대로 된 대처를 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의역 사고'로 홍역을 앓고 있는 서울 지하철에 또 다른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8일 우형찬 서울특별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양천3)에 따르면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는 총 519개다. 하지만 이들 에스컬레이터를 제작ㆍ설치한 업체는 총 17개사로 제작사가 다르다보니 에스컬레이터를 멈추는 비상정지 버튼의 위치가 제작사마다 다르다. 에스컬레이터 상ㆍ하부 곡부측 데크판넬, 스커드 판넬, 내장판넬, 인네트 판넬 등 각기 다른 곳에 버튼이 있어 긴급상황시 승객들이 한눈에 찾기 힘들다. 비상정지 버튼에 대한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최근 5년간 650여건에 달한다. 이노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주로 사당역과 고속터미널역, 서울대 입구역 등 시설이 노후화된 서울메트로의 지하철역에서 발생했다.
서울메트로가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인한 참사를 막을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인 비상정지 버튼의 표준화나 통일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에스컬레이터 설치가 필요할 때마다 공개 입찰 방식으로 제작사를 선정하기 때문에 임의로 업체를 선정하거나 줄이는 것이 힘들어서다. 또 국내에는 에스컬레이터를 제작할 수 있는 시설이 없고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 설치하는 구조라서 비상버튼 위치를 통일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관리 측면에서도 제작사를 줄이는 것이 좋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에스컬레이터는 시공사와 관계없이 중소기업 간 경쟁으로 유지보수 업체를 선정하도록 법이 돼 있다"며 "여러가지 여건 상 힘든 점이 많아 검토는 하고 있지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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