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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의 전시포커스]할리우드 전설의 사진가 '허브 릿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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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그는 말만으로 내 옷 벗긴 사람"

마돈나 1986년 앨범 재킷 '트루 블루' 표지사진

마돈나 1986년 앨범 재킷 '트루 블루' 표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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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창백한 화장, 빨간 립스틱, 가죽 재킷 위로 드러난 어깨선과 목선, 관능적 분위기에 겹쳐지는 처연한 슬픔. 1986년 마돈나(57)의 앨범 '트루 블루'(True Blue)의 표지 사진이다. 이 사진은 마돈나가 원조 팝스타 신디 로퍼(62)를 누르고 여왕의 자리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중은 섹시하고 화려하지만 우울한 백조와 같은 마돈나의 모습에 압도됐다. 당시 팝가수들은 앨범 재킷 사진에 굉장히 예민했다. 그만큼 사진은 흥행에 중요한 요소였다. 마돈나 앨범의 삼분의 일도 팔지 못한 신디 로퍼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쟁이 극도로 치열했던 할리우드에서 여왕으로 등극한 마돈나를 상징한 이 사진은 지금까지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된다.

리처드 기어(66)는 1978년 친구와 여행을 하던 중 바람이 빠진 자동차 바퀴를 교체하기 위해 주유소에 잠시 들른다. 사진 찍기가 취미였던 친구는 그곳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두 손은 머리 뒤로 올린 기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 해 영화 '천국의 나날들'로 주목을 받는 기어는 이 사진을 홍보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사진은 영향력 있는 패션 매거진 '보그', '에스콰이어', '마드모아젤'에 실렸다. 아마추어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마드모아젤'은 이 사진가에게 여배우 브룩 쉴즈(50)의 촬영을 의뢰했다.
1980~90년대를 풍미한 미국 할리우드의 아이콘을 찍은 천재 사진가 허브 리츠(Herb Rittsㆍ1952~2002년). 스타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사진가로 알려진 리츠는 1980년대 패션 잡지의 커버 사진을 가장 많이 찍은 작가였다. 인물의 특징을 완벽하게 포착하는 능력으로 넬슨 만델라(1918~2013년), 달라이 라마(80), 스티븐 호킹(74) 등 전 세계 유명 인사들과도 작업했다.

허브 리츠의 사진전이 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국내 최초로 개막했다. 세기의 아이콘들이 대거 탄생한 1980년대 화려한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그의 사진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리츠가 남긴 뮤직비디오 열세 편과 메이킹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허브 리츠재단 소장품들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리츠가 작업한 인물과 패션 그리고 누드 사진 100여점이 오리지널 작품으로 나왔다.

마크 맥케나 허브 리츠 재단 회장(50) 은 개막 하루 전인 4일 이번 사진전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허브 리츠는 그의 렌즈 속에 들어온 모든 피사체에서 순수하고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며 "그의 작품들은 남부 캘리포니아 토박이로서의 감각과 그곳에서 받은 영향들을 두루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주된 목적은 빛을 다루는 탁월한 감각과 캘리포니아의 물과 모래, 사막, 그리고 바람 등 자연적 요소를 작품에 녹여낸 한 사진가의 본능적인 감각을 작품을 통해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맥케나는 20년간 리츠의 수석 어시스던트였다.
여행중 찍은 리처드 기어 사진, 보그 등 패션잡지 실리며 데뷔
빛 다루는 감각 탁월…모델로 흑인·성소수자 세우며 차별 없애


리차드 기어, 1978년

리차드 기어, 19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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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를 든 네이트', 19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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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IME'과 '롤링스톤'에 실린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In the closet' 한 장면. 허브릿츠가 연출했다.

매거진 'TIME'과 '롤링스톤'에 실린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In the closet' 한 장면. 허브릿츠가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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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말 최고 톱모델 테파니 세이모어, 신디 크로포드, 크리스티 털링턴, 타티아나 파티즈, 나오미 캠벨의 누두 사진 작품. 이 작품은 1990년대 슈퍼모델을 상징하는 사진이 됐다. 허브릿츠의 1989년작

1980년대말 최고 톱모델 테파니 세이모어, 신디 크로포드, 크리스티 털링턴, 타티아나 파티즈, 나오미 캠벨의 누두 사진 작품. 이 작품은 1990년대 슈퍼모델을 상징하는 사진이 됐다. 허브릿츠의 1989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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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는 마돈나, 리처드 기어, 마이클 잭슨(1958~2009년), 잭 니콜슨(78), 엘리자베스 테일러(79), 톰 행크스(59), 나오미 캠벨(45), 신디 크로포드(49) 등 배우와 가수 또는 모델로 활동한 당대 최고의 스타를 비롯해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78),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해링(1958~1990년),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년)와 같은 예술가들의 인물 사진을 볼 수 있다. 많은 스타들이 리츠의 활기차고 열정적인 자세와 편안한 촬영장의 분위기가 이들의 긴장을 풀게 해 최상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증언한다. 마돈나는 "말만으로 내 옷을 벗기고, 추운 모래밭에서 바보처럼 춤추며 뛰게 하는 사람이었다"고 리츠를 회상했다.

리츠는 자신이 찍는 화보나 뮤직비디오에 나오미 캠벨을 섭외해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런웨이에서 그를 톱모델의 위치로 올렸고, 성별의 경계가 모호한 모델을 내세워 자신을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캠벨은 "작품에 드러나는 철학처럼 그는 다정하고 친화력이 뛰어났으며 순수한 사람이었다"며 "숨기는데 능숙한 스타들도 그의 앞에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면을 전부 드러냈다"고 그를 추억했다.

또한 그의 사진은 예술성과 실험성에서도 인정받았다. 자연의 소재와 삶을 연결시켜 인물사진을 찍곤 했는데, 나뭇가지를 들고 있거나 머리에 문어를 올려놓는 방식이 그런 예다. 리츠는 누드 사진을 예술작품으로 끌어올리며 사진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로도 평가받는다. 자신이 태어난 캘리포니아의 빛과 바람, 풍경 그리고 광활한 수평선을 인체와 조화시켜 마법과 같이 거대한 아우라를 담아낸 그의 누드 작품들은 이번 전시에도 등장한다.

부유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리츠는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 스티브 맥퀸(1930~1980년)의 옆집에 살면서 할리우드 배우들을 많이 보며 성장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과 미술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아버지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리처드 기어와 여행 중 찍은 사진이 패션 잡지에 실린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리츠는 할리우드 인물 사진가로 유명해지며, 다양한 스타들과 함께 작업하게 된다. 명품 브랜드 광고와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그는 1989년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양성 반응을 보였고 2002년에 쉰 살을 일기로 사망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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