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경영자 이미지 벗나…2조4000억원대 과감한 베팅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또 다시 통했다. KDB 미래에셋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2조4000억원대의 가격을 제안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맨손으로 미래에셋그룹을 일궈낸 박 회장은 이번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IB) 강자 도약이라는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전일 실시한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미래에셋증권 은 인수 가격으로 가장 높은 2조4000억원 후반대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보다 낮은 2조3000억~2조4000억원, KB금융 지주는 가장 낮은 2조원대 초반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상을 깨고 미래에셋증권이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은 박현주 회장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산업은행이 지분 43%를 보유한 대우증권 시가는 21일 종가(1만1000원) 기준 1조5443억원, 장부가는 1조7758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써낸 2조4000억원대 후반은 시가보다 60%, 장부가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의 미래를 보고 시세보다 1조원 가까이 높은 금액을 베팅한 셈이다. 박 회장은 2008년 이후 공개적인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수조원대 해외부동산 투자 등 특유의 과감한 승부는 계속해 왔다.
이번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경쟁사의 한 사장이 앞서 "박현주라서 걱정이 된다"고 했던 것에서도 그의 결단력과 베팅 능력에 대한 안팎의 평가를 읽을 수 있다.
박 회장은 세번째 승부수인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글로벌 IB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을 국내 1위 운용사로 키우고 해외 진출에 나선 것처럼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자기자본 7조8000억원대의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2014년 제일모직, 2016년 호텔롯데 상장 등 굵직한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IB 강자인 대우증권과의 시너지를 통해 자산관리 중심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의 사업 외연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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