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을 깨고 미래에셋증권이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은 박현주 회장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산업은행이 지분 43%를 보유한 대우증권 시가는 21일 종가(1만1000원) 기준 1조5443억원, 장부가는 1조7758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써낸 2조4000억원대 후반은 시가보다 60%, 장부가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의 미래를 보고 시세보다 1조원 가까이 높은 금액을 베팅한 셈이다. 박 회장은 2008년 이후 공개적인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수조원대 해외부동산 투자 등 특유의 과감한 승부는 계속해 왔다.
이번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경쟁사의 한 사장이 앞서 "박현주라서 걱정이 된다"고 했던 것에서도 그의 결단력과 베팅 능력에 대한 안팎의 평가를 읽을 수 있다.박 회장은 금융투자업계에 입문한 후 여러 차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입사 1년1개월만에 과장 승진, 만 32세에 최연소 지점장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중 1997년 돌연 독립을 선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 펀드'는 3시간만에 500억원의 자금을 모으며 1년만에 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달성했다. 2007년에는 '인사이트 펀드'로 두달만에 4조7000억원을 끌어모으는 등 국내에 펀드 투자 문화를 정착시켰다. 해외 진출의 문도 끊임없이 두드렸다. 2003년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홍콩에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08년 첫 해외펀드인 시카브펀드 출시를 시작으로 현재 해외 설정 수탁고를 10조원 이상으로 확대, 해외펀드 수출에 앞장서고 있다.
박 회장은 세번째 승부수인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글로벌 IB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을 국내 1위 운용사로 키우고 해외 진출에 나선 것처럼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자기자본 7조8000억원대의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2014년 제일모직, 2016년 호텔롯데 상장 등 굵직한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IB 강자인 대우증권과의 시너지를 통해 자산관리 중심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의 사업 외연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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