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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전락한 '예술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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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학교 예술강사 파견, 단시간 근로자로 분류…건강보험 제외…임금은 15년째 동결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정부가 초·중·고교생들의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넓히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예술강사 파견제'를 내년에 더욱 확대하기로 했지만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15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사들의 저임금과 낮은 고용안정성에 대한 개선책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문화예술교육사업인 예술강사 파견제는 지난 2월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사망자 중 12년차 예술강사 최정운씨가 포함돼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예술강사들의 임금이 도입 첫해인 2001년부터 현재까지 15년간 동결돼 있는 데다 방학은 계약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이 시기에 많은 강사들이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실정이며 최씨도 이벤트업체 촬영 아르바이트로 리조트에서 일하던 중 변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렇게 예술강사들의 형편이 열악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6일 밝힌 내년 예술강사 파견 계획에는 파견 강사 증원 방침만 있을 뿐 처우 개선과 관련된 내용은 빠졌다.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통해 이뤄지는 예술강사 파견 사업은 국악, 연극, 영화, 공예, 만화·애니메이션, 사진, 디자인, 무용 등 총 8개 분야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이 전국의 학교로 파견돼 기존의 미술·음악 과목만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예술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예술인들이 인력 풀(pool)을 이뤄 전국 학교 수요에 맞게 강사가 매년 배정된다. 예술인들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아 해마다 경쟁률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예술강사로 파견이 되도 '시간제 알바' 수준의 처우와 인식으로 제대로 된 예술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지적되는 문제는 15년째 동결돼 있는 강사료다. 올해 6년째 애니메이션 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43)는 내년에 총 306시간(주당 9시간, 방학 제외)을 배정받아 연봉으로 따지면 1224만원가량을 받게 됐다. A씨는 "306시간이면 다른 강사들에 비해 적게 배정받은 편은 아니지만 이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강사들 대부분이 다른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며 수입을 보충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과 예술강사노조가 주관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지난해 월 100만원도 받지 못하는 예술강사가 22%나 된다고 지적됐다.

계약이 1년이 아닌 최대 10개월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예술강사는 강의시간이 월 60시간 미만으로 제한돼 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되며, 계약기간 또한 겨울방학인 1~2월을 뺀 3~12월이 최대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퇴직금, 실업급여가 없으며 건강보험이 제외된 '3대' 보험만 적용된다. 올해 7년째 영화 강사로 일하고 있는 B씨는 "다음 학기 수업계획을 세우고 방학 중 의무연수를 이수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방학에도 다른 교사들처럼 근로의 계속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예술강사 파견제가 '외형'만 확대될 뿐 그에 걸맞게 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일선 학교 주변 등에서는 '문화예술 체험 확대 및 창의·인성교육 강화'라는 교육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씨는 "예술수업이 예술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의식을 전환하는 데 기여하는 면이 크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이 계속된다면 '놀이강사' 역할쯤으로 전락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문화예술교육과 관계자는 "계약기간에 따른 4대 보험 문제는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단시간에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강사료는 2년 전부터 상승분을 요청해왔으나 예산사정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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