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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이 제안했다 "내 사업도 네가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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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트러스트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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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벤처, 운명의 그 순간]⑨정범진 트러스트어스 대표, 운영권 넘겨 받아 시너지…1년 만에 트래픽 5배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이 사업 네가 한 번 해볼래?"
2013년 10월 늦은 오후, 집에서 이메일을 확인하던 정범진 트러스트어스 대표(26)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시 '마이부킹'이라는 레스토랑 예약 앱을 서비스하던 정 대표에게 경쟁사인 아블라컴퍼니(현 파이브락스)의 노정석 대표(38)로부터 '예약왕 포잉'을 운영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약왕 포잉은 마이부킹과 비슷한 류의 맛집 예약 서비스로 당시 정 대표가 가장 경계하던 앱이었다.

"경쟁자이자 평소 존경하던 노 대표에게 포잉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을 때 주변에서는 다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죠. 당시 노 대표는 벤처계의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었고, 저는 그저 어린애에 불과했으니까요."

정 대표는 당시 IT 업계에서 노 대표가 이끈 서비스를 신생 벤처가 이어받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자칫 실패하면 "어린애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비아냥을 들을게 뻔했다. 정 대표는 "걱정이 컸지만 마음속으로는 무조건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마이부킹과 시너지를 내면 노 대표보다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깊은 고민 끝에 결국 정 대표는 같은해 11월 예약왕 포잉의 운영권을 양도받았다.
트러스트어스는 프리미엄 레스토랑 검색 및 예약 서비스 앱인 '포잉'을 운영하는 회사로 지난 2012년 설립됐다. '신뢰를 기반으로 무언가 의미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정 대표와 고등학교 동창 이성수(COOㆍ26)씨가 의기투합했다. 최근엔 정 대표의 친누나 정인아(마케터ㆍ30)씨가 합세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등 25명의 직원들이 신사동 사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 대표와 노 대표의 인연은 지난 201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누나 정씨의 중학교 동창인 박재욱 VCNC 대표 소개로 고벤처포럼에서 자사 제품을 프레젠테이션 할 기회를 잡은 정 대표는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노 대표를 처음 만났다. 정 대표는 "우리는 예약왕 포잉과는 다른 전략으로 승부하겠다"며 정면 승부를 택했고 노 대표는 그런 정 대표의 패기를 높게 샀다. 이같은 인연이 훗날 포잉의 양도로 이어진 것이다.

"회사 서비스는 비슷했지만 아블라컴퍼니는 빅데이터 기술 기반의 회사였고 우리는 영업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에 중점을 뒀어요. 영업점 하나하나 발로 찾아가 설명을 듣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업 기반을 다졌죠. 노 대표가 저희의 이런 면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발표 이후엔 노 대표와 자주 만나며 사업에 대한 의견을 자주 나눴어요."

정 대표는 예약왕 포잉을 넘겨받은 후 마이부킹과 시너지를 내며 본격적으로 레스토랑 예약 사업에 가속도를 냈다. 서비스 이름도 포잉으로 바꾸고 단기간의 실적보단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콘텐츠를 만드는 데만 1년을 쏟았다. 정 대표는 "주말을 포함해 쉬는 날 없이 호텔과 레스토랑 같은 고급 음식점을 직접 찾아가 시식, 사진촬영, 평가 등을 했다"면서 "일 년 동안 정말 미친듯이 뛰어다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올해 4월엔 옐로모바일과 전문 투자 기관인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리즈 A(10억원 미만의 초기 투자)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포잉 운영 1년만에 트래픽도 5배 증가했으며 최근 4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온라인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수수료로 돈을 벌지 않습니다. 레스토랑 업자들의 비효율적인 비용 지출을 효율화해 수익과 연결시켜요. 예컨대 점주들이 인력을 구하는 데 쓸데없이 많은 돈을 지출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도움을 주면서 수익을 얻죠."

내년엔 서비스 지역을 서울뿐만이 아닌 부산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포잉X(가제)'를 만들어 우리나라 전통 음식점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레스토랑 업자들의 구인구직 포털도 2~3개 인수해 또 다른 시너지를 창출할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정 대표는 "단순 레스토랑 예약 앱이 아닌 '레스토랑 미디어'로 불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단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 결국엔 업계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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