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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해명하지 않는다는 것(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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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억울한 지경에 처하여 무슨 설명을 내놓아야 할 때, 웬 마음인지 나는 조개처럼 입을 닫는 습관이 있다. 누군가가 내게 해명을 다그칠 때, '아니다'라는 답답한 답변만 내놓고는 그저 견디려고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자주 들었던 "저런 소같은 놈을 봤나"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지만, 하는 수 없다. 이런 나의 태도가 나를 아주 괴롭혀 왔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그런 상황이 되면 여전히 비슷하게 대응하고 말 것이다.

그런 행동 속에 들어있는 신념같은 게 있다면, 설령 해명했다 하더라도 해명되어지지 않고 처지와 행실만 더 구차해질 것이라는 것, 그리고 진실로 해명이란 시간이 해줄 수 있을 뿐이라는 것, 그런 도사 촛대뼈 까는, 이해못할 믿음들일 것이다. 그런데 대개 많은 것들은 시간이 훌륭히 처리해주었다. 몸부림치거나 발버둥쳤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죽지는 않았다.
문득 돌아본다. 문제는 사라졌지만, 모든 것이 해명된 것일까. 음험한 악의는 뉘우침으로 세탁이 된 것일까. 혹은 악의를 거들던 악의와 그것에 편승하던 어리석음들은 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일까. 어리석게도 나는, 시간이 그들조차도 바로잡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왜냐 하면 그들에게도 현세의 길들이 인생이므로, 인생은 일회성의 절박한 기록이므로, 마음이란 한결같지 않으며 무겁고 사납던 생각들도 약해지고 부드러워지는 시간이 닥쳐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이 뉘우칠 때, 나 또한 눈물을 흘리며 그제서야, 나와 그들 속에서 떠는 약한 인간의 어리석은 마음을 다독이며 함께 해명하고 싶은 것이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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