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苦에 자녀 학원비도 줄였다
상반기 역대 최저 4조5000억 지출…가계 어려워도 줄지 않는다는 공식 깨져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가계가 어려워도 지출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학원비가 장기침체 국면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상반기 기준 학원비 신용카드 지출비용이 역대 최저로 내려앉았다.
24일 한국은행의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학원비로 나간 신용카드 사용액은 4조5226억원이다. 1년 전에 비해 2.2%(1035억원)가 줄어 소폭 감소한 듯 보이지만 공식 통계가 집계된 2009년 12월 이래 상반기 기준 가장 적은 액수가 잡혔다. 3년 전인 2011년(5조2940억원)과 견줘보면 감소액은 7714억원(14%)이다.
경기악화로 가정마다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 최후의 보루인 자녀 사교육비를 줄이거나 학원 등록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데다 중고생의 영어 수학 등 필수과목은 경기 민감도가 낮지만 피아노나 미술, 검도, 태권도 등 예체능 교습학원은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어들 수 있는데 그런 영향까지 반영되면서 학원비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원비로 나간 신용카드 사용액은 2011년 고점을 찍고 3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상반기 학원비로 긁은 신용카드 규모는 4조7645억원이었고, 1년 뒤 11%(5295억원)가 증가해 2011년 같은 기간엔 5조2940억원이 됐다. 하지만 2012년 4조9492억원으로 6.5% 줄어 감소세로 돌아선 뒤 2013년에도 6.5% 줄어 4조6261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는 예체능 전문 학원의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까지 1만6000여개에 달하던 전국의 음악학원은 2009년 1만5070개, 2010년 1만5142개, 2011년 1만4935개, 지난해 1만4889개로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학원 역시 2009년 6402개에서 2010년 6248개, 2011년 5783개, 지난해 5446개로 3년 새 1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학원비의 지출액 감소가 눈에 띄는 이유는 교육비는 소득탄력성이 크지 않다는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13년까지 월평균 소득은 4.5배 늘어난 반면 교육비는 5.9배 늘었다. 높은 교육열에 소득증가율보다 교육비증가율이 더 빠르게 늘었던 것이다.
학원들이 학원비 결제 시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 결제를 독려하는 분위기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녀 학원비가 할인되는 신용카드가 카드사마다 있고 이벤트도 많이 하는데 감소세가 나타난 것을 보면 유치원 등 일부 학원에서 현금유도를 많이 하고 있는 추세도 일정 부분 반영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학원들이 자체 홈페이지에서 카드로 학원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게 한 점이 일정부분 착시현상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때는 업종코드가 '학원'이 아니라 'PG(결제대행)업종'으로 분류된다. 정훈 연구위원은 "대형학원이라면 인터넷에서 결제해도 학원 업종으로 통계가 잡히나 중소형 학원 홈페이지는 영세해 PG사를 기반으로 결제가 이뤄지고 이 영향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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