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찔끔 올린 학원비, 어느새 눈덩이
교과부, 이달 집중 학원비 물가 실태조사 나서..13곳 학원중점 관리구역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주부 김송희(가명·38)씨는 지난 19일 아이가 학원에서 가져온 안내장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학원비가 이 달부터 지난 달에 비해 5만원 인상됐다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학원비가 매년 이렇게 찔끔찔끔 올라가는 데 부담이 된다. 총 학원비가 3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학원비를 잡겠다'고 단속에 나섰지만 여전히 새 학기 학부모들의 학원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3월 신학기 특수를 맞은 학원에서 기습적으로 학원비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월급은 안 오르고 학원비만 오른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일일이 각 학원의 상황을 파악해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기도 부천의 최수민(40)씨는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영어학원에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학원비는 기초과정이 25만원, 정규과정이 28만원이었는데 올해부터는 기초과정 31만원, 정규과정 33만원으로 5~6만원 올랐다. 최 씨는 "예년에는 3만원 정도 올랐는데 올해는 두 배나 인상됐다. 학원에서는 원어민 강사 시간이 2시간 추가됐다고 하는데, 학부모 상의도 없이 이렇게 올려도 되는 건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인천 청라 지역의 박희영(43)씨도 "중학교 2학년 학원비가 35만원에서 42만원으로 한 달 만에 7만원이나 올랐다"며 "학원이 처음에는 낮은 수강료로 학생들을 모은 뒤 갑자기 가격을 올려버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오른 학원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게시물들이 빗발치고 있다. 한 학원에서는 카드 할부 수수료까지 학부모에게 전가시킨 사례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학원비 상승률은 초등학교 4.9%, 중학교 7.0%, 고등학교 8.1% 등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4%)보다 한참이나 높다. 이에 정부는 물가안정화 차원에서 이달부터 학원비 물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각 지역별로 학원 단속 보조요원을 배치해 단속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기존 학원중점 관리구역 7곳(서울 대치동· 목동·중계동, 경기 분당·일산,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에다 6곳을 추가해 이 지역을 중점적으로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추가된 6곳은 서울 강동, 광주 서부, 대전 서부, 경기 수원, 용인, 경남 창원 등이다.
그러나 전국의 학원을 일일이 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반 영세학원이나 교습소에서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까지 막을 수 없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를 모두 같은 학원에 보내고 있는데, 어느 날 학원비가 인상됐으니 1인당 추가분 5만4000원을 다시 이체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학원비 단속에 적발돼 행정조치를 받은 건수만 7만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 교육청마다 실시하고 있는 교습비조정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일부 지역에서는 위원회에 학원쪽 관계자들이 포진해 실질적으로 가격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적도 많았는데 지난해에서야 학원장은 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는 규정이 마련됐다"며 "유일한 가격 견제 장치인 교습비조정위원회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전국 기준으로 일반 교과교습 학원이 약 7만8000개가 있는데 이들 중 당초 교육청에 신고한 금액보다 높게 학원비를 받는 곳을 단속하고 있다"며 "지난해 교습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학원비를 올리지 말 것을 요구해서 동결한 곳이 많았다. 학원비 과다인상으로 적발이 되면 교습비조정위원회에서 그 교습비를 받아야하는 사유에 대해 입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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