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간신문을 보다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교수의 칼럼에 오래 눈길이 머문다. 소동파 얘기를 실마리로 삼았다. 1082년 음력 7월16일 달밤에 황주의 적벽에서는 시인들이 모여 시를 읊고 있었다. 소동파가 '적벽부'를 써내려갔던 바로 그곳이다.


한 객이 퉁소를 불어 슬픈 곡을 연주했다. 그때 사람들은 천하를 호령하고 주름잡던 영웅호걸들도 한번 가면 오지 않으니 인간사란 참으로 헛된 것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소동파는 말했다. "그런가? 오히려 이 무진장한, 자연이란 보물을 그들이 전유하지 않고 우리에게까지 오게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천지의 사물은 주인이 따로 없으니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기뻐해야할 일을 어찌 슬퍼들 하시는가?" 이 말에 좌중은 크게 웃으며 다시 잔을 씻어 술을 따랐다. 그것이 세잔갱작이다.


소동파는 말한다. "저 물과 달을 보시오. 물은 흘러가니 사라진 것 같지만 다시 돌아와 흐르지 않는가. 달은 이지러지니 서럽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온전한 달이 되지 않던가? 변화하는 입장에 서서 보면 모든 게 안타깝고 천지도 한 순간처럼 짧지만, 변하지 않는 것의 입장에 서서 보면, 변화하는 것 또한 그대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천지나 나나 끝나는 것은 없으니, 아쉬울 것도 없고 부러울 것도 없지 않는가?"

이 생각, 너무 멋지다. 심경호 교수는 몇년전 봄에 뇌종양 수술을 받느라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다 한다. 세상일의 부침(浮沈)이야 굳이 말해 무엇하랴만, 난 왜 요모양 요꼴로 늙어가고 있는 것일까 하고 고개 틀어 어깨에 멜 필요 또한 없는 것이다. 그저 헌 잔을 씻어, 새 술을 한잔 더 따르면 그만이다. 취할 시간은 있지 않는가.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AD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