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금융그룹의 내홍이 금융기관의 지배구조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민은행은 2012년부터 전산 시스템에 대한 검토를 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경영진 사이에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사회가 유닉스 쪽으로 방향을 잡고 밀어붙이자 이건호 행장 측이 반발해 금감원에 감사 청구를 내고 법원에 이사회 결정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한 금융그룹의 경영 의사 결정상 이견 표출이라고 볼 수 있는 문제가 큰 이슈가 되는 이유는 이 사건이 우리나라 금융기관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잘 보여주는 예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이 금융지주회사 구조이다.
금융지주회사는 급변하는 국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0년 10월 '금융지주회사법'을 신설하면서 도입됐다. 즉 금융환경이 겸업화, 대형화, 개방화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회사 구조는 금융산업의 대형화ㆍ계열화를 통해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에 계열화돼 업종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경영상태와 자금흐름 파악이 용이해 감독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에 의한 과도한 시장지배력 가능성,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로 인한 은행의 사(私)금고화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로 설립이 불허되다가 2001년 4월 정부가 주도한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처음으로 설립됐다.
원론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이를 살리지 못하고 현재의 KB금융 사태와 같은 단점을 더 많이 보여 왔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지주회사 아래에 다양한 금융기관이 대등한 규모와 중요성을 가지면서 운영되지 못하고 은행의 비중만 지나치게 큰 구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친 은행 부문 비중이 전체의 91%이고 KB금융의 은행 비중은 75%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사이에 힘겨루기가 발생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은행권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이러한 분석과 일치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은 어느 은행보다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간 문제가 많았다.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은 윤병철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전산 시스템 도입 등을 놓고 갈등을 겪었고 이팔성 전 회장과 이순우 당시 우리은행장도 갈등을 겪었다. 2010년에는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신한은행의 이백순 행장 등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며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KB금융그룹은 설립 초기 지주사 회장을 놓고 경쟁하던 황영기 당시 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대립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낙하산 인사이다. KB금융지주의 임영록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이고 금융연구원 출신의 이건호 행장은 현 정부 금융 당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행장이 됐다. 이러다 보니 금융기관의 경쟁력보다는 정치적 유대를 더 중요시할 수밖에 없고 선임되는 인사의 비중에 따라 분쟁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금융지주사에 힘이 있는 인사가 오면 은행의 업무에 지나치게 관여해 은행장과 마찰이 일고 은행장에 힘이 있는 인사가 오면 금융지주사와 의견 충돌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온 나라가 세월호 참사에 슬퍼하고 있다. 그 근원에는 무리한 운항을 눈감아 준 감독 시스템이 있었고 감독 시스템이 허술한 데에는 소위 '해피아'라는 전직 관료들의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통령도 해경을 해체하고 '관피아'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후진적인 지배구조 체제에서 벗어나 효과적이면서도 원칙이 선 사회로 거듭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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