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은 좀 과장이겠지만 중국보다 한국에서 면허를 따는 것이 훨씬 쉽다 보니 지난해 2만5000명, 과거 3년 동안 7만여명의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했다고 한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국내에서도 실력없는 초보 운전자들이 무더기로 거리에 쏟아져 나와 거리의 무법자로 변하자 최근 경찰은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교통규제를 다시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50m로 규정된 주행거리를 늘리고, 그동안 없앴던 'S자와 T자 코스시험'도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규제완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마당에 등장한 '교통규제의 부활' 해프닝이다.
첫째, 규제를 풀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때는 '피해의 비가역성(非可逆性, irreversibility)'을 따져봐야 한다. 예들 들어 지구라는 환경은 한 번 망가지면 절대로 되돌아오지 않고 산업재해로 근로자들이 사망할 경우 세상의 어떤 보상으로도 그 가족을 위로할 수 없다. 환경과 산업재해 규제가 피해의 비가역성이 높은 대표적 사례이다.
둘째,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고 국민의 위생이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완화가 아니라 강화 대상이 돼야 한다. 식품안전, 의약품,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레이건 행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규제를 해소하고 있는 미국 정부도 이들 분야에 대해서는 오히려 법과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이다.
대통령의 규제 해제에 대한 의지가 워낙 굳다 보니 조기에 가시적인 실적을 내놓기 위해 최근 정부부처가 만사를 제치고 여기에 올인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심리적 압박과 시간에 쫓겨 내놓게 될 정부의 규제 해제안이 사회적 효익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정치적으로 목소리가 큰 특정집단의 이해를 보호하는 골치 아픈 규제는 그대로 두고 향후 국민에게 잠재적으로 큰 피해를 미칠 수 있는 규제 해제가 무더기로 쏟아질 수도 있다.
규제 해제는 빠른 시간 내에 승부를 내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정말로 완화나 해제가 필요한 규제가 무엇인지 차분하게 가려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 퍼포먼스처럼 규제완화의 실질보다 형식에만 신경 쓸 경우 사라졌다가 이번에 다시 부활하는 'S자와 T자 교통규제'처럼 향후 수많은 규제의 부활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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