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청소년의 53.7% "학교에 다닐 필요성 부족해"…왜 학교를 떠나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3회 상담 의무화…학교가 학생의 위기 징후 주목하고 충분한 관심 보이는 게 우선
학업중단숙려제(이하 숙려제)는 학교를 그만두기 전 학생에게 한 번 더 숙고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학업중단 위기 학생은 학교가 연결해주는 센터를 방문해 최소 2주간 3회 이상의 상담 프로그램 등을 이수하게 된다. 지난 1월1일부터 고교생뿐만 아니라 초·중학생에까지 의무화됐으며, 교육부는 올해 약 4만명의 학생이 숙려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8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숙려제에 참여하고도 자퇴를 결심한 B양(18)은 “충동적으로 자퇴를 결정하는 학생도 없지는 않겠으나 나는 이미 충분히 ‘숙려’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며 “나의 진로(예술계)와 동떨어진 학교수업들에서 벗어나는 게 목적이었기에 심리상담은 큰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짚지 않은 채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를 ‘개인적 사유’로 치부하면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개최된 ‘학업중단 예방 및 학교 밖 청소년 지원방안 토론회’에서 강태훈 성신여대 교수가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지원시설 청소년의 53.7%가 ‘학교에 다닐 필요성이 부족해서’ 학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학교에 다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마음을 가다듬고 학교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은 안일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학업 중단의 이유가 개별학교에 있을 수 있는데, 특정 센터의 상담가가 해당 학생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교수는 “상황에 따라 전문 상담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봐온 교사일 것”이라며 무조건 센터로 보내기 앞서 개별학교 사정과 해당 학생의 상황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는 담임 교사 등의 관심과 상담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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