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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중단숙려제', 자퇴율만 줄이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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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청소년의 53.7% "학교에 다닐 필요성 부족해"…왜 학교를 떠나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3회 상담 의무화…학교가 학생의 위기 징후 주목하고 충분한 관심 보이는 게 우선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올해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전면 시행되고 있는 ‘학업중단숙려제’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시범 운영에 참여한 학업중단 위기 학생 10명 중 4~5명은 학교로 돌아간 것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왜 학교를 떠나려고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숙려 기간을 의무화함으로써 자퇴율을 낮춘 결과를 두고 탈학교청소년을 줄였다고 자평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업중단숙려제(이하 숙려제)는 학교를 그만두기 전 학생에게 한 번 더 숙고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학업중단 위기 학생은 학교가 연결해주는 센터를 방문해 최소 2주간 3회 이상의 상담 프로그램 등을 이수하게 된다. 지난 1월1일부터 고교생뿐만 아니라 초·중학생에까지 의무화됐으며, 교육부는 올해 약 4만명의 학생이 숙려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8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숙려제를 통해 2주 만에 학교로 복귀한 A군(18)은 “지금 고3이라 다음 학기면 졸업이니 조금만 견디라는 권유에 일단 돌아오긴 했지만, 학교에 대한 회의가 해결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심리상담 위주로 숙려제가 진행되다 보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우울증이나 대인기피 등 정신적 문제가 아닌지 파악하는 데 할애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스트레스에 대한 문제를 몇 번의 상담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숙려제에 참여하고도 자퇴를 결심한 B양(18)은 “충동적으로 자퇴를 결정하는 학생도 없지는 않겠으나 나는 이미 충분히 ‘숙려’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며 “나의 진로(예술계)와 동떨어진 학교수업들에서 벗어나는 게 목적이었기에 심리상담은 큰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짚지 않은 채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를 ‘개인적 사유’로 치부하면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개최된 ‘학업중단 예방 및 학교 밖 청소년 지원방안 토론회’에서 강태훈 성신여대 교수가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지원시설 청소년의 53.7%가 ‘학교에 다닐 필요성이 부족해서’ 학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학교에 다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마음을 가다듬고 학교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은 안일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학업 중단을 결심하기 전에 학교 차원에서 이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업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에게 최후의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몇 회 상담을 의무화해 학교로 일단 돌려보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이 교수는 “학생이 학업 중단을 고려하기 전에 학교에서 학생의 위기 징후를 주목하고 충분한 관심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업 중단의 이유가 개별학교에 있을 수 있는데, 특정 센터의 상담가가 해당 학생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교수는 “상황에 따라 전문 상담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봐온 교사일 것”이라며 무조건 센터로 보내기 앞서 개별학교 사정과 해당 학생의 상황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는 담임 교사 등의 관심과 상담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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