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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직원들의 생각 세 가지만 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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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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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창업 30년을 훌쩍 넘긴 중견기업 얘기다. 창업주는 3년 전 더 큰 성장을 위해 전문경영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앉히고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새 CEO는 창업주가 30년을 경영해 온 기업을 바꾸기 위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느슨한 조직에 경쟁을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고 사람에게 의존하는 운영방식을 시스템화하는데 힘을 집중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경쟁과 시스템을 중시하는 운영방식에 인정과 화합을 중시하던 조직문화는 이기적인 조직문화로 망가졌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조직을 떠났다. 사업을 확장하고 경쟁주의를 부추긴 때문인지 단기간에 외형은 커졌지만 이익률은 이전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조직은 불통이고 직원들은 활력을 잃었다.
보다 못한 창업주는 전문경영인을 퇴진시키고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복귀한 창업주가 깜짝 놀란 사실은 30년을 이끌어 온 조직이 불과 3년 만에 완전히 무기력해졌다는 거다. 전문경영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을 많이 한 탓인지, 임원들은 무슨 일이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CEO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서 간의 갈등도 위험수위를 넘었다. 생산, 영업, 연구개발 등 각 부문이 협력하지 않고 각자 자기 조직의 목표만을 고집하며 경쟁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사업부를 다른 회사처럼 대했다.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조직 경쟁력이 이렇게 형편이 없어진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입사한지 3개월 된 임원에게 기업의 조직문화를 본 소감을 물었다. 직원들이 어떤 회사로 만들겠다는 공통의 의식이나 일을 하는데 공통된 생각이 없는 것 같단다. 공통된 생각이 없으니 조직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 무엇을 발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임원 몇 명에게 "미래에 어떤 비전이 있는가"도 물었다. 누구도 선뜻 대답을 못했다. 누구는 "솔직히 5년 후에 생존해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했고 "당장 올해 실적이 중요해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사담당 임원에게 물었다. "신입이나 경력사원을 뽑으면 제일 먼저 어떤 교육을 시키나요?" 그는 "일이 너무 많아서 사람 뽑으면 바로 현업에 배치한다. 특별히 교육을 시키는 것은 없다"고 했다. 회사의 정신이나 역사, 일하는 방법과 같은 것을 정리해 놓은 것도 아직 없다고 한다.

다시 물어봤다. "30년이 넘는 역사, 500명이 넘는 직원, 1조원 매출을 하며 이 분야에서 특화된 영역을 개척한 회사인데 발전한 요인이 무엇인가요?" 그는 "특화된 시장을 잘 찾아내 한 우물을 팠고, 창업 초기부터 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해 최고의 품질이 아니면 만들지도 시장에 내놓지도 않는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했다. 최근 몇 년을 빼고 우리 조직은 인화단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서는 반드시 1등을 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좋은 경영자, 좋은 아이템, 좋은 직원들이 있어도 이것을 잘 꿰지 않으면 안 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는가. 사례로 들었던 기업처럼 기업정신, 기업철학, 기업비전을 제대로 정리해 놓지 않고 공유하지 않으면, 가벼운 외부 자극에도 조직문화가 쉽게 영향을 받고 그러다 보면 직원들은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일하는 환경에 내몰릴 수 있다.

흔들림 없이 한 방향으로 마음을 모아 성장하는 기업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우리 회사는 무슨 꿈과 미래상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 회사는 어떻게 일하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직원들이 동일한 생각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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