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왜 개헌론을 꺼내드는 걸까?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최근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마저 개헌론에 가세함에 따라 정치권이 개헌론으로 뜨겁다. 하지만 개헌론이 자칫 정치권 판흔들리용으로 이용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손 상임고문은 1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 대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선거제도 개혁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개헌에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는 개헌 논의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개헌론이 자칫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론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손 상임고문 외에도 정치권에서는 개헌론이 새해 들어 꾸준히 제기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신년사를 통해 개헌공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더니, 1월 중순에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출범키로 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도 적극성에서 약간의 속도차는 있지만 개헌논의를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개헌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이번 임시국회부터 개헌특위를 운영해야 한다"며 개헌론에 참여한 상황이다.
개헌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첫번째는 제왕적인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의 5년 단임제인 대통령제의 임기를 4년으로 줄이되 중임을 가능하게 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패키지처럼 제시되어 왔다. 4년 중임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지속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의 정치질서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로 여야간에 필연적으로 극단적인 대결을 필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합의제 민주주의 도입을 위해서는 정치질서 체제가 바뀌어 한다는 것이다. 장달중 서울대 정외과 명예교수는 "87년 체제의 피로감에 대해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점의 하나는 다수결주의에 의한 경직된 국정운영"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필요한 합의의 민주주의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정치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개헌론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들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은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이 되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다 빠져들어서 이것저것 할 것을 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논의가 개헌론으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개헌론의 정치 자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개헌론은 늘 제기되는 이슈지만, 개현이 의제였던 적은 없었다"며 "'개헌론의 정치'는 있었어도 '개헌의 정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가 지적하는 개헌론의 정치는 '정치를 잘해서 상황을 좋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판을 흔들어서 기회를 갖고 하는 정치'를 뜻한다.
박 대표는 "모든 것을 헌법의 탓으로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공정한 논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정치학자들이 미국 헌법의 비민주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지만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를 하고 있다"며 "헌법에 문제가 있다면 꼭 개헌을 통해서가 아니라 헌법 해석이나, 현실에 맞지 않는 헌법은 적용하지 않는 방법 등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통일처럼 큰 변화의 계기 없는 개헌이 불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개헌 논의가 지적되면 권력 구조 문제에 있어서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이같은 합의를 이뤄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권력 구조 이외의 갈등 사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갈등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개헌론은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바라지 않는 친박과 다음번 대선 후보를 만들 기회가 있다고 믿는 친노와 안철수 세력과 이들과는 다른 친이, 비노 등의 게임"이라며 "이같인 갈등 구조가 한국 정치를 좋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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